발칙한 예술가들 - 스캔들로 보는 예술사
추명희.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을 관찰할 줄 안다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선 축복이다. 그만큼 더 깊이 들여다 보고

더 오래 바라보고 더 멀리 생각할 수 있기에 글쓰는 사람이 사람을 잘 관찰한다는 칭찬을

듣는다는것은 행운이다. 거기다 사람을 향한 시선이 따뜻하다면 금상첨화이다. 이런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예술가들은 분명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생각과 의지를 가질 것이고

그것을 끄집어 내는 작가의 관찰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 책에는 사랑 그 하나에 모든것을

아낌없이 걸었던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랑은 아프다. 특별히 금지된 사랑은 더욱 아프다. 세익스피어의 처럼 운명의 장난으로 서로를

위해 결국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고 영원한 이별을 고하기도 하며 모질고 거친 사랑의 반대는

더욱 더 큰 사랑을 결실하기도 한다. 러시아 정교회의 특별 결혼 허가를 받아 결혼한 세르게이

바실리예비치 라흐마니노프(Sergei Vasilevich Rachmaninov, 1873-1943) 부부처럼 말이다.

그 둘은 사촌지간이다. 사촌간의 연애는 지금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금기이다. 엄격한 러시아

정교회에서 이 둘의 결혼을 허락했다는 것은 엄청난 파격이다. 15세의 소년과 11세의 소녀는

피아노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친해졌고 9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사랑을 이어오다

사회의 규율이나 교회의 법을 지키는 것 보다 사랑하는 딸과 조카가 더 소중하다고 판단한 고모의

도움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 그것도 러시아 제국의 차르(tsar. 제정 러시아의 황제의 칭호)를 찾아가

간청을 해서 결혼 허가를 받아 낸다. 라흐마니노프가 그의 아내 나탈리아에게 보내는 편지는

절절하다. '그 누구보다 값진 단 한 사람, 당신만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당신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신의 장난이 더 이상 길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9년이라는 긴 시간을 금기된 사랑을

지키며 버텨온 두 사람, 그리고 금기를 깨면서까지 두 사람의 사랑을 맺어 준 고모, 모두가 대단한

인물들이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그 흔한 초상화 한 점이 없어 그의 생김새를 묘사한 기록들과 해당 시대의 남성

모델들을 바탕으로 한 이미지만 존재하고 무대에서 신들린듯 바이올린을 연주하여 '악마에게 영혼을

판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아 사후 50년 가까이 무덤에도 묻히지 못했던 비운의 천재 파가니니(Niccolo

Paganini), 쇼팽의 아파트에서 쇼팽의 후원자의 아내(마리 플레엘,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약혼녀 였지만

배신하고 피아노 제작사 대표인 쇼팽의 후원자 카미유 플레엘과 결혼한 피아니스트)와 혼외 정사를

벌여 죽을때까지 쇼팽의 용서를 받지 못했던 리스트(Franz Liszt)와 파리의 국민 불륜녀 마리 플레엘,

실제로 미친 사람들과 살육 당하는 동물들의 비명 소리가 섞여 았는 곳의 기억을 바탕으로 '절규'를

그렸고 본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을 그리는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언제 어디서나

추함은 아름다움 역시 갖고 있다'라는 멋진 말과 함께 모델들의 얼굴을 추하게 그렸던 포스터 아트의

시작을 연 로트레크(H. Lautrec)등 30명의 예술가들의 사랑과 삶의 흔적들이 들어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천재 예술가들의 숨겨진 사랑 이야기를 알고 나니 그들이 꽤 인간적으로 보인다.

그들도 역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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