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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 인간의 잔혹함으로 지옥을 만든 소설
빅토르 위고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작가가 어떤 의도에서 글을 썼는지는 그 글의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고 그 흐름은 하나의 편견으로
자리하게 되기도 한다. 글에는 작가의 정신이 들어 있기에 글을 통해 작가를 만나기도 한다.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는 이 책을 쓰면서 '인간의 불행을 없애고 빈곤을 추방하고 무지한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라고 분명히 자신의 저작의도를 밝힌다. 당시 혼란과 팝절의 프랑스
평민들에겐 자유와 평등을 향한 갈망을, 호의호식에 넘쳐나는 것들을 주체 못하는 기득권 층의
아집과 오만에 경종을 울리는 이 책 오랜만에 다시 만난다.
고전 문학들이 길고 어렵기에 독자들을 위한 친절한 배려(?)로 압축하여 출간된 책들이 많이 있고
우리는 대부분 그 책을 읽었다. 그렇다 보니 안물들의 세세한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긴장감과 긴박감,
절실함, 애절함 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원작을 각색한 뮤지컬과 영화들은 더욱
우리를 원작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실제로 2012년 개봉한 영화에서는 당시 팡틴역을 연기한
앤 해서웨이의 매력과 노래가 엉망진창인(물론 그는 전문 뮤지컬 배우는 아니다)자베르 역의 러샐
크로우만 생각나지 정작 이야기의 흐름과 줄거리는 우주 저멀리 가 있었고, 뉴욕에서 보았던 뮤지컬은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코제트 역을 맡았던 여 배우의 연기와 노래에 흠뻑 빠져 언제 나오나 하고
지켜보면서 합창 부분에서도 그 배우만 쳐다 봤던 기억이 난다.
낙인. 한번 짝힌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때의 프랑스가 그랬고 지금의 우리도 그렇다. 빵을
훔치다 붙잡힌 장발장, 그에게는 평생 전과자라는 낙인이 따라 붙는다. 결국 이름을 바꿔 한 도시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시장으로 살아가지만 그는 늘 불안하다. 그때 만나는 인물이 팡틴(우리 대부분이
앤 해서웨이로 기억하는)이고 팡틴은 자신의 딸 코제트를 장발장에게 맡기고 숨을 거둔다. 자베르의
눈을 피해 9년을 숨어 지내던 장발장은 우연한 기회에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편지를 읽게 되고
혁명가인 마리우스를 지키기 위해 '6월 항쟁'에 뛰어 들게 된다. 항쟁은 실패로 끝났고 목숨이 위험한
마리우스를 장발장이 구해주며 마리우스와 코제트는 결혼을 한다. 이 즈음에 자베르는 자신에게
관용과 자비를 베푼 정발장을 보며 괴로워하다 결국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진다. 그리고 6월 항쟁은
계속 된다.
5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에서 유독 가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항쟁군에게 붙잡힌
자베르와 장발장의 함께 있는 장면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있는 자베르에게 단도를 꺼내들고 다가가는
장발장 그리고 그의 목으로 칼을 옮긴다. 이때 자베르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목으로 가져간 칼로 묶였던 동아줄을 끊고 손목의 밧줄을 자르고 허리를 굽혀 발을 묶었던 동아줄을
잘라내는 장발장. 어쩌면 장발장은 끊어내는 밧줄 하나하나에 자신이 가졌던 분노와 고통을 함께
잘라버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제 자유일세'라고 하는 순간 예술의 전당에서 뮤지컬을 보던 나는
혼자 박수를 쳤던 기억이 난다. 좀처럼 놀라지 않는 자베르도 이 순간 만은 동요되었고 '어서 가게'라고
자신을 밀어 내는 장발장에게 처음으로 반말이 아닌 '당신은 나를 괴롭히고 있소. 차라리 나를
죽이시오'라고 말을 한다. 감정의 변화다. 순간이지만 경의와 놀람이 담겨 있다. 사람은 그런것 같다.
어떠한 계기와 상황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변화를 경험한다. 자베르가 그랬다. 그렇게 변화한
자베르에게 다시 '어서 가게'라고 말하는 장발장. 이 대목에서 예수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장발장은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손을 잡은채 죽는다. Les Miserables. 불쌍한 사람들
혹은 쫒겨난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가진 제목은 이 소설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보여준다. 35년간의
이야기 구상과 17년간의 작업을 통해 탄생한 이 책은 출간 이후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한 빅토르
위고가 출판사에 '?'가 쓰인 편지를 보내고 출판사에서 답장으로 '!'가 쓰인 답장을 보내 세상에서
가장 짧은 편지로 기록되었다는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 위인 묘지인
'팡데옹(프랑스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의와 관용의 정신을 잘 구현한 사람들이 주로
묻혀있다)'에 묻힌 몇 안되는 문인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