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세계가 확장되는 한 권의 책 읽기'라는 첫 문장이 눈에 들어 오면서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고든 맥도날드)이 떠올라 흥분되지만 애둘러 마음을 다스리며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근래에
멋지고 괜찮은 문장 뒤에 숨겨진 졸작(개인적 주관)들을 너무 많이 접했기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방어기재다. 비평가 윌리엄 엠프슨의 '당대에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 무엇이든 읽고, 읽은 것은
전부 기억하는 사람'이라는 평이 과장되어 보이지만 문학과 철학 그리고 고전 영역에서는 사실에
가까운 C. S. 루이스의 책은 항상 기대감을 준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 확장에 힘쓰며 스스로를 뛰어 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들이다. 타인이라는
단자의 껍질을 뚫고 그 안이 어떠한지를 알기 위해 책을 읽고 타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타인의
상상력으로 생각하고 타인의 마음으로 느끼기 원한다. 이 지식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이고
체험적으로 아는 것이다. 루이스는 '그리스 시에 나오는 밤하늘처럼 나도 무수한 눈으로 보지만, 보는
주체는 여전히 나다'라고 말하며 독서를 통해서 자신을 초월하는 이때처럼 오롯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루이스는 '레몬 스쿼시'와 '백포도주'를 통해 성장과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동문학(동화)이 주는
영향력을 설명한다. 우리는 거울 속을 지나 동화 나라에 가 보고 싶어한다. 나도 그랬다. 어린시절
피터팬을 보며 네버랜드에 살고 싶다는 환상을 가져 봤고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며 공상의 나래를 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동화에 대한 루이스의 견해는 단호해서 타협의 여지가 없다. '쉰 살 때도 똑같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니라면 열 살 때도 아예 읽을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책 중
몇 권은 동화이지만 여전히 흥미롭고 재미있다.(아슬란은 위엄까지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