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삶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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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내 눈만으로 부족하기에 타인의 눈으로도 볼 것이다.p22

그냥 기술만 하기란 불가능하다. 말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주관이 들어 갈 수 밖에 없다.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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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세계가 확장되는 한 권의 책 읽기'라는 첫 문장이 눈에 들어 오면서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고든 맥도날드)이 떠올라 흥분되지만 애둘러 마음을 다스리며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근래에

멋지고 괜찮은 문장 뒤에 숨겨진 졸작(개인적 주관)들을 너무 많이 접했기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방어기재다. 비평가 윌리엄 엠프슨의 '당대에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 무엇이든 읽고, 읽은 것은

전부 기억하는 사람'이라는 평이 과장되어 보이지만 문학과 철학 그리고 고전 영역에서는 사실에

가까운 C. S. 루이스의 책은 항상 기대감을 준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 확장에 힘쓰며 스스로를 뛰어 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들이다. 타인이라는

단자의 껍질을 뚫고 그 안이 어떠한지를 알기 위해 책을 읽고 타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타인의

상상력으로 생각하고 타인의 마음으로 느끼기 원한다. 이 지식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이고

체험적으로 아는 것이다. 루이스는 '그리스 시에 나오는 밤하늘처럼 나도 무수한 눈으로 보지만, 보는

주체는 여전히 나다'라고 말하며 독서를 통해서 자신을 초월하는 이때처럼 오롯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루이스는 '레몬 스쿼시'와 '백포도주'를 통해 성장과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동문학(동화)이 주는

영향력을 설명한다. 우리는 거울 속을 지나 동화 나라에 가 보고 싶어한다. 나도 그랬다. 어린시절

피터팬을 보며 네버랜드에 살고 싶다는 환상을 가져 봤고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며 공상의 나래를 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동화에 대한 루이스의 견해는 단호해서 타협의 여지가 없다. '쉰 살 때도 똑같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니라면 열 살 때도 아예 읽을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책 중

몇 권은 동화이지만 여전히 흥미롭고 재미있다.(아슬란은 위엄까지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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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굳이 요청하거나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상상력은 일종의 세례를 받는 느낌을 가진다.

현실 세계 속에 들어 왔으며, 거기에 머물렀고, 모든 평범한 것을 변화 시키면서도 그것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전히 동화를 보며 꿈꾼다. '단어를 죽이다'는 챕터를 지나며 두려움과 걱정,

염려가 생겼다. 부풀리기, 장황한 말투, 왠지 내 이야기 같다. 언제부턴가 단어가 묘사에서 멀어져

평가가 되어감을 느꼈고, 상품 가치에 대한 욕심으로 과도한 단어의 남발이 벌어졌다. 단순하게 대상을

묘사하면 되는데 찬반을 표현하려는 욕심이 앞서다 보니 과장되고 자극적이고 문장이 길어진다. 예전엔

단순히 법적 지위와 문장을 규정하던 '빌런(villain)'이나 '신사(gentleman)'라는 단어가 도덕성을 비난하고

칭찬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말(horse)이 늙으면 인위적으로 숨을 끊고, 낡은 배는 부수어 없애는데

단어는 끝없는 동의어 목록에 하나를 더 보태 그 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그냥 사실을 묘사하기 보다 호불호를 피력하려는 욕심이 앞서는 한, 이는 언어의 보편적 진리로 남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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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단언하건데, 모든 좋은 책은 적어도 10년에 한 번씩 다시 읽어야 하네'라고 말한다. 쉽지 않다.

책 꽂이에 꽂혀 있는 책은 장식품이 아님에도 '기선제압용'(아는 분은 알 것이다)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틈틈히 먼지를 제거해 줌에도 바래가는 지면과 생기는 흠집들은 책들도 나와 같이 점점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게 한다. 그가 말하는 좋은 독서에 대한 글을 옮겨 본다. '좋은 신발은 신고 있어도 느껴지지 않는

신발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독서는 시력이나 조명이나 인쇄 상태나 맞춤법 따위를 의식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을 때 가능해진다.' 빠져드는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들어와 있는 것이고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내것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목회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설교 준비를 위한 책읽기에만 너무 몰입하지 말고 서두에

말할것 처럼 '내면 세계의 확장'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목회자의 내면이 확장되지 않으면 성도들의

영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대학원때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성도는 딱 목회자 만큼 성장해'. 우리의

분발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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