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한다 고로 존재한다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1
이동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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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임을 좋아한다. 1998년 처음 접한 스타크래프트는 오리지널부터 브루드워를 거쳐 현재

리마스터까지 확장되었고 나는 여전히 브루드워를 즐긴다. 지금처럼 게임이 청소년의 대표 문화로

자리잡기 훨씬 전, pc방에서의 흡연이 가능했던 그 시절 나는 그곳에 있었고, 우리의 전우들(현재

그들은 전직교수, 의사, 변호사, 목사다) 역시 늘 함께 였다. 굳이 저자가 말하는 '게임을 한다는

것은 게임 세계에 숨겨진 질서를 발견해 나가는 학습과정이고, 게임에서 죽는다는 것은 실패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도전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게임은 이미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그래서인지 젊은 야당 대표는 자신은 '게임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네덜란드의 문화 인류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말하는

호모 루덴스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노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고 싶어 하는 종족'이라는 의미의

학명으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생각하는 인간), 호모 파베르(Homo Faber, 무엇인가를

만드는 인간) 처럼 인간을 인간되게 만드는 특성 가운데 하나로 놀이와 유희를 꼽았다. 놀이는

인간의 본능적인 활동이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고 사람들은 놀이를 하고 놀이를

즐기고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면서 자신들의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키고 지속한다. 하위징아가

말하는 놀이의 정의는 '놀이는 의식적으로 일상적인 삶의 바깥에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플레이어를 강하게 그리고 완전히 몰입시키는 자유로운 활동이다.'인데 일상적인 삶의

바깥에 존재한다는 것은 게임의 '비일상성'을,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존재하며 자유로운 활동을

추구한다는 것은 게임의 '유희성과 자발성'을 그리고 플레이어를 강력하고 완전히 빠져들게 하는

'몰입성', 스스로를 위장하는 '역할놀이', 사회적 모임을 형성하는 '집단성'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게임의 대중화를 견인하는 세대를 '게임 제너레이션(Game generation)'이라 부르는데 게임을 하는

세대 혹은 게임에 익숙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게임에서와 같이 삶의 자리에서도 적극성을

가지며 현실에 능동적 참여를 하며 즉각적인 피드백과 분명한 보상을 주는 시스템에 익숙하다. 물론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게임 세대는 계산적이고 이득이 있어야만 움직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게임을 학문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은 게임은 게임으로 봐야 한다는 루돌로지(Ludology)

학파와 게임은 문학에서 비롯되는 이야기 예술의 진화로 보아야 한다는 내러톨로지(Narratology)

학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게임을 독자적인 학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루돌로지 학파는 주로

게임을 공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임 프로그래머 출신들이 많았고 내러톨로지 학파는 소설이나

영화 등의 서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와같이 첨예한 대립을 계속하던 이들은 결국

상생을 선택했고 게임이라는 뉴미디어는 융합 학문으로 진정한 발전을 이루기 시작했다.

우리는 게임에 임할 때 세가지 정체성을 가진다. 퍼슨Person, 페르소나Persona, 플레이어Player 인데

퍼슨은 게임 밖에서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정체성이고, 페르소나는 게임 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며 대부분 캐릭터라는 상징적인 기호를 통해 정체성을 표현한다. 플레이어는 서로 다른 두

정체성을 연결해 주는 정체성으로 게임 속 페르소나를 플레이 하는 게이머의 자아를 말한다.

플레이어는 페르소나를 직접적으로 조정하는 역할과 책임을 가진다.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

프랑스 사학자)는 ' 플레이어는 사실 이길지 질지 모르는 게임 상태를 가장 선호한다'고 말한다. 누가

이기고 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라는 게임의 특징은 우리를 또다시 게임의 세계에 몰입하게 만든다.

다가올 세상은 새로운 가치관으로 멀리 내다 보아야 하기에 도전하고실험하는 창의적 자세가 필요하다.

게임 산업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게임이 만들어 가는 앞으로의 세상이 정말 궁금해 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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