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때 오히려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쓰며 남들을 위해 그럴듯한 봉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다자이 오사무 그는 '인간이 인간에게 봉사하는 것이 나쁜일인가'라고 반문하며 여전히 씨알도
안 먹히는 농담을 던진다. 그의 소설엔 기폭제 혹은 도화선이 되는 단어가 종종 등장한다. 소설
앵두에서는 '눈물의 골짜기'가 그것이다. 아내의 눈물 골짜기가 주는 의미는 복합적이다. 그 눈물
골짜기가 위치한 장소가 바로 '가슴과 가슴 사이'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중의적 표현을 워낙
잘 쓰는 다자이 오사무이기에 그의 글은 항상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마치 '인간실격'이나
'벚나무와 마술피리'에서 처럼 말이다. 눈물 골짜기가 삶에 찌들어서 생긴것인지 남편의 외도로
생긴것인지 아니면 둘다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가슴과 가슴 사이에 존재한다. 만져지지
않는 가슴과 상처뿐인 가슴이 주는 허무함이 글의 전반에 흐르고 둘은 냉냉하다. 그래서 다자이는
집을 나와 술집에 들어가 평소 집에서는 보이지 않던 다정함과 여유로움으로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야겠지'를 말한다. 비싸서 아이들에게는 선뜻 사주지도 못하는 앵두를 먹고는 씨를 뱉기를
거듭하면서. 그리고는 허세를 부리며 '자식보다 부모가 소중하다'를 되뇌인다. 그의 작품은 작품의
화자 이외에 또 다른 화자가 존재하는 독특한 구성을 가져 '뛰어나게 전략적'이라는 평을 듣는데
노부인과 노부인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또다른 화자가 등장하는 '벚나무와 마술피리'가 그렇고
'앵두'에서 등장하는 또다른 인물인 나가 그렇다. 특별히 앵두에서는 엄마니까, 아빠니까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대한 소심한 핑계를 제공한다. '부모가 자식보다 소중하니까'가 아니라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싶다'는 변명과 함께. 그는 약물중독, 자살충동과 자살, 기성 문단과의 갈등 속에 고민하던
작가의 고뇌를 그대로 글로 옮겨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블로그의 문체'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다자이 오사무는 다섯번의 자살 시도 끝에 생을 마감한다. 아사히 신문에서 조사한 '지난
1000년 간 일본 최고의 문인은 누구인가?'라는 설문에서 다자이 오사무는 7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짧은 생에 비해 남긴 족적이 큰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