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시테리언: 때때로 비건 - 완전한 채식이 힘들 때
김가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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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이 이렇게까지 맛있을 수 있나?' 사실 궁금하다. 지금까지 맛보아 온 대부분의 채식들은 맛이

별로였다. 시골에서 태어난 나임에도 도시에서 생활한 시간이 훨씬 많아서 그런지 나에게 비건은

조금은 무리다 싶은데 주변에서는 자꾸 그렇게 먹어야 한다고 나를 억압(?)한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지금까지 알던 한식 요리와는 또 다른 맛을 내는 채식 요리가 궁금해졌다. 우선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채식주의자'는 통칭 먹는것과 안 먹는것의 허용 범위로 나뉜다. 식물도 뿌리와 잎은 먹지 않고

그 열매인 과일과 곡식만 섭취하는 극단적 채식주의자인 프루테리언(fruitarian),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동물의 알과 꿀 등 동물에게서 얻은 모든 식품을 일절 거부하고 식물성 식품만 먹는

완전 채식주의자인 비건 (vegan), 육류와 동물의 알(달걀)은 먹지 않고 우유나 유제품과 꿀등은

먹는 오보 베지테리언(ovo-vegetarian), 채식을 하면서 유제품이나 가금류의 알과 어류를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 채식을 하면서 우유 달걀 생선 닭고기까지 먹는

준 채식주의자인 폴로 베지테리언(polo-vegetarion), 채식을 하지만 아주 가끔 육식을 겸하는

준채식주의자인 플렉시테리언(flexitarion)등으로 나뉘는데 용어의 애매함으로 인해 나를 어느

포지션에 넣어야 할지 난감하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채식의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먼저 채식을 하면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에너지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고, 공장인

축산시설에서 도살되는 가축 수가 줄어 든다고 말하며 채식을 권하면서 채식의 시작단계인

플렉시테리언을 추천한다. 식단을 꾸준히 유지할 자신도 없고, 친구와의 만남도 거절하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채식과 일반식을 병행하는 플렉시테리언은 실천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이다. 채식으로

건강해지고 싶다면 무턱대고 채소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물 등을 골고루 섭취해야 하며 무리한 일정과 계획 보다는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스케줄이 필요하다.

음. 저자는 혹시 계량 도구 판매인일까? 농담이다. 그만큼 저자는 맛내기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들에게

계량 도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전에 쿠킹 클래스에서 강사 분이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소금 쬐끔, 설탕 적당히, 된장은 넉넉하게라는 말은 적어도 음식을 30년 이상 하신 분들이 해야 하는

말이다' 나도 동의한다. 초보자는 일단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 그래서 그때 나도 계량 스푼,

계량 컵, 디지털 저울과 제스터, 줄리엔 필러 등을 샀다(스퀴저를 사야 하는데 원하는 제품이 품절이어서

옆에 분 것을 매번 빌려 썼다). 비록 지금은 어느 구석에서 먼지와 싸우고 있는지 모르지만. 잘 모르면

일단 따라해야 한다. 들어가는 재료를 최소화하고 원재료의 맛에 충실한 '채식 요리'는 특히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93가지의 레시피 중 아침 비건과 점심 비건에 도전해 보았다.

당근레몬주스. 아침 비건으로 소개한 음식인데 저자의 팁대로 스퀴저로 즙을 짜 넣었더니 당근의 흙내도

잡아주고 산뜻한 맛이 나는 주스가 만들어졌다. 총 소요 시간이 채 5분도 걸리지 않은 이 주스를 3일

연속으로 먹었다. 그냥 맛있다. 우엉 수프와 감자 대파 수프는 꼭 해 먹어 볼 생각이다. 점심비건으로

만들어 먹은 오이지 오차즈케는 만들기도 쉽고 시간도 적게 들고 맛도 훌륭하다. 단 녹차 물이 아주

차가워야 하고 생각 보다 차조기 구하기가 쉽지 않다. 덕분에 나는 차조기를 대신하여 깻잎을 넣어

봤는데 깻잎향이 너무 강해 오이지 맛을 많이 못느끼는 실수를 경험했다. 포두부 채소말이를 꼭 먹어

보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내가 사는 곳에는 포두부가 없다. 라이스 페이퍼를 써 볼까도 했는데 익숙한

그 맛이 생각나 포기하고 다음에 서울가면 꼭 사올 생각이다. 아직 저녁 비건은 만들어 보지 못했는데

배추 애호박 비지찌개와 라타투이는 꼭 해볼 생각이다.

처음에 비건이라고 했을때 약간의 거부감도 있었지만 책장을 넘기며 소개하는 레시피 하나 하나를

정독하며 '아. 이렇게도 비건이 되는구나'를 느꼈다. 저자의 말처럼 막연히 어렵고 힘들고, 맛도 없다는

편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직접 만들어 본 몇가지의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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