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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향해 헤엄치기
엘리 라킨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상실은 누구에게나 아픔이며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다. 그리고 상실은 현실이고 그 현실은 여전히
우리로 하여금 삶을 살아내게 만든다. 영원할 것 같은 상실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삶에 그대로 녹아내려 새로움을 만들어 간다. 주인공 케이틀린. 그의 인생에 남은 것은 이혼이라는
흔적과 애완견 바크뿐이다. 상실이라는 커다란 벽과 빈털터리에 자존감과 의욕마저 잃어버린
그녀에게 주변 인물들은 삶의 의미가 되어가며 이 소설은 진행된다.
처절하게 지쳐있는 그녀의 삶에 할머니가 있는 플로리다는 추억이고 동경이며 도피처이다. 그리고
할머니 나넷은 등대이다. 노년이 주는 여유로움과 편안함, 대범함과 지혜로움까지 겸비한 나넷은
그녀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사실 케이틀린은 어린시절 눈 앞에서 아빠가 죽는 모습을 본
충격때문에 사랑하는 것에 다가가는 것도, 남겨지는 것도 스스로 거부한 채 살았으며 결혼한 후에도
여전히 그렇게 살았고 결국 헤어짐을 선택한다. 사실 이 책에서 케이틀린 보다 더 눈에 들어 오는
것은 나넷과 빗시와 같은 할머니들이다. 아마 나이를 알려주지 않았으면 육십 정도나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들은 활발하고 역동적인 삶을 산다. 수영과 스트레칭으로 몸매를 만들고,
새로운 연인과의 밀회를 즐기고, 현실을 만끽하는 그녀들에게서 나의 '미래'를 보았다. 우리의 노년도
그래야 하는데 말이다.
늘 평가의 대상이었던 자신을 점수 매기지 않고 편안한 쉼과 휴식을 제공하며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할머니들을 위해 케이틀린은 용기를 낸다. 할머니들의 오랜 꿈이었던 인어쇼를 준비하기 위해
직접 인어의상을 만든다. 그렇게 그녀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이 순간을 즐기기 시작한다.
바크는 특별하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 되기 직전에 입양해 온 두려움과 낯설음에 겁을 잔뜩 먹은
녀석은 어린시절 부모의 죽음을 경험한 후 삶에 두려움을 느끼고 회피하고 숨어 버리던 자신과 너무나도
닮아있어 더욱 마음이 간다. 개는 주인을 닮는다고 한다. 바크의 안정과 평안함이 케이틀린의 회복과
안정이 서로에게 동화되어 자존감을 회복하고 세상에 맞서기 시작하는 그녀와 주변을 즐기고 누릴 줄
아는 어엿한 반려견이 되어 간다. 이렇게 둘은 각자의 두려움에서 벗어 난 것이다. 일흔 다섯의 빗시
할머니가 전하는 '이 순간을 좋게 만들려면 이 순간을 살아야지'라는 말은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희생하며 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Carpe Diem'에 열광했던 그 시절은 이미 과거가 되어
저기 먼 기억속에나 존재하는 우리에게 일흔 다섯 할머니의 이 소리는 '라떼는 말이야'가 아니라 생생한
삶이다. '지금, 이순간'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준다. 나쁜일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말고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주어진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내는 것, 어쩌면 인생은 그런것일수도 있다.
상실은 어느누구도 피해 갈수 없는 현실이고 극복해야할 과제이며 넘어서야할 벽이고 지나가는 시간이다.
염려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이 가진 용기의 대가이다. 마지막 쳅터에 들어있는 '바깥 세상의 소리는
작게 들렸다. 다시 물은 내 것이 됐다'는 말처럼 자신에게 집중할 때 세상은 그냥 세상일 뿐이다. 이것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