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독일의 철학자, 저서인 '존재와 시간'에서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는
일을 구별하는 데에 있어서 따져보아야 할 것은 '존재하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태라고 말하며 존재에 눈을
떠야 한다고 주장함)는 '건축한다. 생활한다. 사고한다'라는 강연에서 '건축은 다리다'라고 말했다. 다리라는
표현은 건축은 반드시 이곳과 저곳을 연결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건축은 여러개의 받침점을 전제로
삼고 있다는 관점에서 하이데거의 비유는 탁월하다. 가늘고 길어도, 아무리 높아도 여러개의 받침점들이
없으면 건축은 지어질 수 없다. 저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굴'로 연결한다. 굴은 체험하는 장소, 현상학적
존재인 것 이상으로 이곳과 저곳을 연결한다. 굴 안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지만 굴 저편에 무언가
존재하며 굴은 그곳까지 뚫려 있고 왼쪽에 있는 공간과 오른쪽에 있는 공간이 굴을 매개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굴은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회를 겹겹이 연결한다. 굴은 동굴처럼 닫힌 것이
아니라 공동성을 환기시키는 밝고 열려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