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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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을 그런 상상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으로 단정하지

않기를 바라는 매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공상에서 시작한다. 단지 유령이나 마법과 같은

허무맹랑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없더라도 상상력이라는 초월의

차원에서 더욱 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인간의 열정과 수 많은 감정을 아름답고 절묘하게 조합하여

시대적 무기력함을 피하고 따스한 가정에서 맛보는 애정과 보편적 미덕의 가치를 묘사한다.

'제게서 달아난 자를 찾기 위해섭니다'라고 말하며, 신성한 방랑자, 이방인, 손님등으로 불리던

빅토르 프랑켄슈타인. 이 책은 자신이 겪은 불행(혹은 악한일)에 대해 작중 화자(윌턴)에게 말하며

이 기이한 사건들이 자연에 대한 관점들에 새로움을 제공할 것이며 능력도 생각도 넓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그, 윌턴은 그 이야기를 매일밤, 일이 없을 때 가능한 그가 말한 그대로 기록할 것을

다짐하며 시작하는 책으로 극중극의 형식을 가진다.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Cornelius Agrippa, 16세기 독일의 신비학자, 연금술사, 마술사)의 저술을

읽고 있던 그에게 아버지의 '시간 낭비하지 마라. 딱한 쓰레기에 불과하니까'라는 말은 오히려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충만한 열의를 갖게 한다. 어쩌면 이것이 프랑켄슈타인의 출발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관심을 유용한 지식으로 전환할 기회가 아주 많이 주어짐에도 안타깝게

깡그리(이 표현을 오랜만에 이 책에서 봤다) 묵살하기에 변화와 변혁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며

결국 제도권의 움직임에 맞춰 그럭저럭 움직이게 된다. 덕분에 그는 아그리파를 뛰어 넘어

파라셀수스(Paacelsus), 알베르투스 마그누스(Albertus Magnus)에까지 영역을 확장시키며 공상을

즐기며 탐구한다. 제네바에서 학교를 다니는 관계로 과학관련 강의를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그'가 말이다. 물론 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상의 제왕들은 자연과학의 산물인 '천둥과 번개'

앞에 완전히 무너져 버리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의 강렬한 기억과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가 그랬다. 생명 발생의 원인을 알아낸 그는 지극히 찬란하고 경이로운 동시에

너무나 단순해서 그것이 알려주는 어마어마한 가능성에 아찔해 했다. 그러고 한참을 지나 드디어

첫번째 생명체를 만들어 낸다. '참혹한 괴물'을. '괴물', '크리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생명체는

이름이 없다. 프랑켄슈타인은 그의 이름이 아니라 창조자의 이름이기 때문에 그를 프랑켄슈타인이라

부르면 안되지만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괴물'이라는 명칭도 '크리처'라는 명칭도 딱히 어울리지

않아 그냥 통칭 프랑켄슈타인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과학자인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괴물과 자신의

의사적 혈연 관계를 부정하려 애쓰지만 현대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그와 빅토르와의 관계는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빅토르는 자신이 만들어 낸 창조물에 의해 동생과 연인, 친구를 잃게 되고

복수하기 위해 북극까지 추격하지만 결국 죽게 된다.

갈바니즘(전기로 죽은 개구리의 뒷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실험에서 유래된 사상)이 활발하던 시기에

쓰여진 이 책은 영문학 SF의 효시가 된다. SF는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 과학을 주제로 쓴 공상소설이자

과학소설이다. 과학소설이라고 정의 할 수 있는 것은 갈바니즘에 근거한 생명 창조 실험을 모티브로

과학적 세계관에 대한 불길한 예감과 이에 대한 문학적 저항이 드러난다는 점에서이다. 이후

이 작품은 영화(1910)와 뮤지컬 등으로 제작되어 관객들에게 선보여 졌으며 발매 초기부터 작가가

18세의 여성이라는 점에서 '병적인 상상력이 만들어 낸 기이한 산물'이라는 혹평을 받았으나

상업적으로는 성공한 작품이었다. 과학 기술이 야기하는 사회 윤리적 문제를 다룬 이 책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 카렐 차페크의 'R. U. R' 등의 과학소설은 물론 '블레이드 러너' '터미네이터'

등의 영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마지막으로 만약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그'의 요청인 '함께할 여인'을 구해 주었다면 이 소설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진다. 정말 그는 그 여인과 함께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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