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미워질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가희 지음, 오혁진 그림 / 스튜디오오드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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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 아픔. 그리움. 다시 만남. 그리고 다시 헤어짐. 어쩌면 우리의 삶은 우연과 필연의 연속 선상에서

만들어지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겪어야 하는 다양한 감정의 질곡들은

우릴 때론 성숙하게 때론 모지리 같이 만들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잊혀지고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작가도 그런것 같다. 헤어짐을 예상하고도 매달려야 하는 마음이나,

헤어짐을 경험하며 느끼는 아련한 아픔이나, 불현듯 떠오르는 잔상들은 헤어짐을 경험한 이들은 모두

공감하는 일이다.

아무리 담담히 털어 놓아도 헤어짐은 아픔이다. 아픔이기에 생채기를 만들고 누군가 그 생채기를 건들면

주르르 눈물이 난다. 그렇게 모질게도 힘들었으면 그만 할 법도 한데 우리는 또 다른 사랑을 찾는다.

그래서 저자는 '마음은 언제나 버선발이에요'라고 표현한다. 나를 독차지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

어디를 가도 옆에 있어 주면 좋겠는 사람, 그 귀한 시간을 전부 나만을 위해 써줬으면 좋겠는 사람,

그라면 다 제치고 달려갈 수 있는데. 버선발로라도. 저자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런 마음의 사람은

언제나 최선이다. 상대방에게 최선이고 그 만을 바라본다. 그래서 질투도 많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귀엽다. 사랑스럽고 그러면 그건 사랑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좋아하는 이유를 우울한 자신에게 '왜'라는 질문 보다 '지금 갈게'라는 대답을 해줘서라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도 그렇다. 왜 그러냐는 질문 보다는 그냥 와서 안아주거나 같이

있어만 줘도 좋다. 굳이 말이 필요 없다. 그런 저자와 묘하게 잘 어울리는 오혁진 일러스트레이터의

투박한 오일 파스텔 일러스트는 색감도 심플함도 아주 적절하다. 너무 튀지도 않고 적당히 스며들어

글의 존재감을 더욱 빛나게 한다.

마음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별이란 함께 출발했으나 상대방은 도착했고 나는 갈 길이 남은 것이다는

저자의 말은 아주 오래전 헤어짐을 경험 할 때 내 마음과 같다. 그래서 이 책은 더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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