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ful 트립풀 완주 - 소양, 고산, 삼례 트립풀 Tripful 20
이지앤북스 편집부 지음 / 이지앤북스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을 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그곳의 사람이 되어 그곳의 것을 먹고 그곳의 숨결을 피부에 담는

것이다'라고 정의한 누군가의 말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여행은 그곳에 살아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고

자기 시간의 '잠시 멈춤'이다.

완주. 이번 책의 주제이다. 저작진이 그랬던 것 처럼 완주는 '우리의 삶의 어디까지와 어디만큼'을 가늠해

보기 좋은 곳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들로 둘러 쌓인 곳, 자신들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버티고

서 있는 고택들, 그 속에 보물처럼 숨겨진 먹거리들의 향연은 여행의 또 다른 맛인 '입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시골스러움'을 한껏 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이를 '아기자기함'이라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나도 몇년 전부터 완주를 사랑하고 마음 한 켠에

자리를 내어 주고 살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하면서 사실 걱정이 앞섰다. '내가 좋아하는 곳, 내가 소개하고 싶은 곳, 내가 즐겨 다니던

곳이 빠져 있으면 서운해서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에 잠시 숨을 고른 후 책을 열었다. 다행이다. 사람의 눈,

생각, 마음은 어느정도 비슷한것 같다. '문화는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이고 평소 먹고 자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향유할 수 있다'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송은정 사무국장도 만날 수 있었고, 사람 좋고

여전히 낯을 좀 가리는데 제육볶음을 정말 기가막히게 잘하는 '미쁘다'의 양수연 대표도 있었고, TV와

와이파이가 거의 안되어서 자연의 흐름속에 시간을 맡기고 지낼 수 있는(요즘은 너무 유명세를 타서

조금은 다르다) 소양고택도 들어 있고, 딱 옛날 시골 시장을 연상케 하는 고산시장도 들어 있고, 완주에

가면 늘 둘 중 어디를 먼저 갈까 고민하게 만드는 행복정거장과 새참수레도 들어 있다. 두 곳 모두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서 만든 음식들을 내어 놓는데 행복 정거장이 더 도시적이고 가짓수도 많고 가격도 쬐끔

비싸다. 모악산 입구에 자리 잡은 등산로집은 김치찌개가 일품인 곳으로 묵은지가 우러나면서 나는 국물

맛이 끝내주는 곳이고, 화심순두부의 양대 강자인 원조화심순두부와 원조화심두부는 서로 라이벌인데

나는 순두부는 원조화심두부가 맛있고 도넛은 원조화심순두부가 맛있다. 그냥 담백하고 매콤한 순두부를

먹고 싶다면 송광순두부를 추천하고 싶다. 용진에 있는 시골집국수는 칼칼한 국물 맛에 한번 놀라고, 씹는

맛이 좋은 면발에 두번 놀라고, 착한 가격에 세번 놀라는 집이다. 옛 잠종장이 리모델링 되어 형성된 누에

아트홀은 천장과 벽면 장식이 멋진 곳이고 유휴열 화백의 평생이 담겨 있는 유휴열 미술관은 아담하지만

풍부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아직 안 가본 곳이 많은 탓인지 아쉽게도 맛있는 커피집은

발견하지 못했다.

여행 순간순간의 낯선 즐거움은 우리를 흥분하게 만들지만 익히 아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은 낯선 즐거움

못지 않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여행은 이렇게 익숙함과 낯섬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아마도 다음주엔 완주의

어느 곳을 걸으며 적당한 양의 초콜릿 크림이 들어 있는 초코빵을 뜯어 먹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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