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 식탁 위에 놓인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한세희 옮김 / 탐나는책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리는 모방과 창조의 작업이다. 19세기 프랑스의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Anthelme Brillst

Savarin)이 '동물은 사료를 먹고, 인간은 음식을 먹는다. 지성이 있는 자만이 먹는 법을 알고

있다'고 한 것처럼, 요리는 문화적 행위이며 맛은 미묘한 균형 속이 있다. 탐욕은 맛을

창조하는 원점이고 음식의 세계를 확대하는 원동력이다. 이 책에서는 그 음식을 곡물과

토기의 출현을 다루는 약 1만년전의 농업혁명, 대서양을 통한 음식의 교류를 다루는

15-16세기의 대항해시대, 부패를 막는 기술의 등장으로 전환점을 맞는 18세기 후반 이후의

산업혁명, 차가운 식품(콜드 체인)의 지구 순환을 다루는 20세기 후반 이후의 하이테크

혁명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무엇을 먹을까'라는 고민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 가느냐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면 현대인에게 '무엇을 먹을까?'는 생존을 넘어 즐거움과 행복을 혹은 과시와

존재의 이유를 의미한다. 더 맛있는 음식을, 더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서 더 예쁜 용기에

플레이팅하고 식탁에 내어 놓아 맛있게 먹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요리'라고 하는 요즘,

이 책은 삭탁에 놓인 음식을 통한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 한다.

늘 궁금했던 것이 있다. '과연 세계 3대 요리는 무엇인가?'이다. 이런저런 대답들이 있지만

보편적으로 진.한 제국 이후로 2000년 넘게 중화 제국의 전통 아래서 자란 중국 요리, 고대

로마 제국의 궁정 요리를 토대로 세련된 조리 기술과 지역 명물 요리를 조합 한 프랑스

요리, 세 대륙에 걸쳐 넓은 영토를 자랑한 오스만 제국하에서 체계화된 터키 요리(우리

모두가 불가리아 산으로 알고 있는 요구르트가 터키어 요우르트'yogurt, 휘젓는다'에서

온 말이다)를 세계 3대요리로 꼽는다.(사실 나는 단일 품목으로 세계 3대요리를 기대했다)

이는 다시 역사적 맥락과 맛의 토대를 통해 주로 돼지고기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과 기름을

사용한 요리와 특유의 보존 식품이 인상적인 중국 요리권, 커리와 기(ghee, 가름)을

이용한다는 특징이 있고 양과 닭을 주 재료로 쓰는 인도 요리권, 이란 아랍 터키등 다수의

요리 문화가 섞여 있어 복잡하지만 양을 주재료로 강렬한 양념을 많이 사용하는 아라비아

요리권, 빵을 주식으로 하며 햄과 소사지 같은 육류 요리가 특징인 유럽 요리권으로 나뉜다.

참깨 이야기는 흥미롭다. 서아프리카 니제르강 유역의 사바나 지대가 원산지로 그후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의 넓은 지역으로 퍼졌고, 유분을 많이

험유하였기에 귀중한 식재료로 대접받은 참깨는 영어로는 sesame 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세서미는 메소포타미아를 최초로 통일한 아시리아어 'Samssamu'에서 온 그리스어

'sesamon'이 어원이 되는 단어로 아라비안 나이트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어려서 이 책을 읽으며 '왜 하필 참깨일까'하는 궁금증을 가졌었는데 이 책을 통해

해소했다. 참깨는 익으면 껍질이 길쭉하게 네 갈래로 찢어져 땅으로 씨앗이 떨어지는데

그 모습이 마치 동굴 문이 열리면서 숨겨져 있던 보물이 튀어나오는 것 처럼 보인다고 한다.

이 설명을 읽고 보니 '열려라 참깨'의 의혹이 풀리는 것 같다. 이 참깨가 중국으로 전해져

북방의 유목 세계에서 중국으로 건너 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호마, 지마 등으로 불리며

무병장수를 약속하는 음식으로 대접 받게 된다.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오늘날의 변화를 이해하는 순간, 이 변화가 현재를 넘어 미래로 이어질

것임을 알게 되고, 그 방향성도 예측할 수 있다. 매일 식탁 위에 놓이는 식자재의 요리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시공간을 이동해 왔고, 식탁위에서는 매일같이 문명 간의 거대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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