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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로컬 콘텐츠의 힘
모종린 지음 / 알키 / 2021년 3월
평점 :
지난 20년간 오프라인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골목상권의 부상이다. 골목상권은 단순히 상품을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콘텐츠를 경험하는 '문화지구'이다. 소비자와 창작자가 지역과 골목의
오래된 문화를 새로운 도시문화 트랜드와 접목해 만든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이다. 골목상권이
로컬 지향을 대표하긴 하지만 상권에서 뿐만 아니라 개성있는 상업 시설들도 로컬의 부상에
한 몫을 단단히 한다. 로컬 지향 현상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키워드는 다양성과 그 다양성이
만들어 내는 창조성이다. 사람들은 지역주민들의 일상에서 배어 나온 개성과 다양성을 로컬에서
발견하는데 이는 획일적인 전통상권에선 찾을 수 없는 요소다. 사람들은 단순한 로컬이 아닌
'크리에이티브 로컬'에 관심을 갖는다. 이 책은 저자도 말했듯이 사례 중심의 로컬 크리에이터
입문서다. 전작인 '골목길 자본론'에서 상권 단위로 로컬을 분석했다면 이 책은 로컬에서 기회를
찾는 창업가를 위해 로컬을 활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의 경험으로
위생과 쾌적성, 디지털 전환, 동네 경제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생활 반경의 축소로 동네 소비도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기에 지금 시기에 이 책은 훌륭한 참고서가 될것같다.
오프라인 기업은 로컬에서 탈산업화 사회가 요구하는 창조자원을 찾는다. 탈산업화 사회는
개성으로 경쟁하는 시대이다. 1970년대 이후 선진국은 모두 조직력, 효율성, 물질적 성장을
강조하는 물질주의 사회에서 개성, 다양성, 삶의 질을 중시하는 탈물질주의 사회로 전환했다.
우리나라 역시 2010년 이후 정체성에 대한 욕구가 유난히 강한 밀레니엘 세대를 중심으로
탈물질주의로의변화를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 등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직업과 일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밀레니얼 세대도 전통적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보다는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소상공인 영역의 로컬
크리에이터 부분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
로컬은 우리에게 '생활권'의 의미로 중요해졌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서 생활권 중심의 도시를
재구성한다면 ,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생활권 경제이다. 동네가 진정한 의미의
생활권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을 위한 충분한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각 지역이
고유의 지역산업을 개발하여 지역에서 선순환하는 생활권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경제의 숙제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기업 중심 도시, 자동차 도시, 도시재개발로 특정할 수 있는 모던
도시와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보행자 도시, 도시재생이 특징이 되는 포스트모던 도시의
기로에 서있다. 두 도시 사이에서의 선택은 라이프 스타일에 달려 있다.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은 나이와 성별, 직업과 소득 수준 등에 따라 다르기에 획일적인 접근 보다는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지역에 온 이유를 물으면 공통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 지역에 정착했다고 말한다. '나다움'이 정착의 이유인 것이다. 나다움은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관찰과 용기 있는 선택이 쌓여 이루어지는 삶 그
자체인 것이다. 나다움은 자존감이기에 존재적 나다움이다. 존재적 나다움이 중요한 사람의
세계는 나와 다른 사람으로 나뉘어 있다. 나다움은 자신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마음의 기술이다. 이에대해 저자는 김수현의 베스트셀러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인용하여 나다움에 대해 설명한다. '벌어지지 않은 일에 미리 불안해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want)을, 할 수 있겠다(can) 싶으면 했다(do).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나를
짓누르는 관계와는 거리를 뒀고, 그들이 내게 함부로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통념, 사회가 규정한 정답에서 한 발 떨어지니, 삶은 명료하고 가뿐했다.'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나다움은 자신만의 콘텐츠다. 자신이 소유한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일과 기술로 나다움을 정의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강조한 사람의 나다움은 존재적 나다움과
대비되는 소유적 또는 사회적 나다움으로 개념화 할 수 있다. 그런 이들에 대해 '밀레니얼의
반격'의 저자인 전정환은 '그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돈을 번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닮은 지역과 함께 행복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 돈을 벌고자 한다. 그래서
이들은 밀레니얼의 지역 개척자가 된다.'고 말한다.
'모든것은 항상 자잘하게 움직인다. 생명이 있는 한, 그것들은 부단히 움직여 오늘을 만난다.
나에게 일상이 있다는 것은 매일이 같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매일이 항상 다르기 때문이다.
항상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항상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는 말처럼 일상을 아름답게
생각하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지금, 일상은 새로운 소비문화가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일상을 위한 로컬 비지니스 모델을 제시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싶은 삶을 살라고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