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 -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인류 행동의 모든 것
브루스 후드 지음, 조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적 만화를 보면서 과학자나 똑똑한 사람을 표현할 때 유독 머리를 크게 그려놓은 것을 보며

'왜'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이때 외계인의 머리는 항상 커다란 전구 모양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진 똑똑한 사람은 머리가 크다라는 문화적 고정관념에서 온 오류인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지난 2만여년 동안 인간은 테니스 공 하나 정도의 뇌를 잃었다고 말하며 기존의 생각들을

뒤엎는다.

인간의 뇌는 우리를 사회적 인간으로 만들도록 진화했다. 인간이 사회적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어 생각과 행동도 바꿔야 한다. 한 종으로서의 이러한 길들이기는 인류가 진화하는

동안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행동과 기질을 형성하는 '자발적 선별 장치'(self-selecting

Mechanism)로서 발생한다. 개인은 여전히 살아가면서 평생 자신을 길들인다. 유년기라는 자기

형성기에는 특히 더 그렇다. 현생 인류 중 성인의 뇌는 몸무게의 1/50밖에 되지 않지만 총 필요

에너지의 1/5를 사용한다. 근육보다 단위 질량당 8-10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의 약 3/4을 신경세포, 즉 뉴런(Neuron)이 사용한다. 뉴런은 뇌에서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뉴런 1개는 마라톤 시 다리 근육 세포 1개가 사용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리고

뇌의 전원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

심리학자 닉 험프리(Nick Humphrey)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으로 미루어 우리 종을 '심리적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프시코로지쿠스'(Homo Psychologicus)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심령술사의 초자연적 기술이 아니다. 그저 상대가 무엇을 생각할지 상상하고,

무엇을 할지 예측하는 것이다. 자신과 자식을 위한 자원을 충분히 마련하려면 다른 구성원들의

의도와 목적을 이해하고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속임수를 쓰고 정치적으로

연합하는 영장류는 더더욱 그렇다. 이것을 '마키아벨리적 지능'(Machiavellian Intelligence)이라고

하는데 이는 간계와 전략을 이용해 타인을 지배하는 방법을 설파한 중세 이탈리아 학자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누구도 남이 자기에게 거짓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은

'상황을 조작하기 위해 거짓 믿음을 끌어내려는 의도적인 시도'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중요한 정보를 말하지 않거나, 속임수를 써서 잘못된 정보를 준다. 저자는 이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인간이 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진실은 좋은 것이지만 항상 진실을 말한다면 남에게

수치를 줄 수도 있고, 결국 관계가 깨지면서 사회의 결속력은 급속도로 허물어질 것이다. 사실 거짓말의

목표는 '스스로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타인이 나를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또 거짓말을 한다. 이러한 거짓말을 들켰을 때가 항상 문제가 된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가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는 '자기기만 (self-Deception)'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다. 남을 더 쉽게 속이고 진실과 거짓을 동시에 유지하기 위해 자기기만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예 자신까지 속여 버린다면 남을 더 잘 속일 수 있다.

우리의 길들여진 뇌는 인간이 집단으로서 함께 살아가며 번성하는 동물이 되게 해 주었고, 기술의

발전으로 집단의 크기는 지리적으로나 시간 상으로 제한이 없게 되었다. 물론 이 안에서 개별 집단의

통합도 일어날 것이고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문화 충돌도 일어날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리를

갈라놓는 집단 정체성과 편견이 사라지는 것은 자원이 한정된 지구에서 협동하고 협력하여 동거하는데

필요한 해결책일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