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할 것, 남겨야 할 것 - 피할 수 없는 변화에 무력감이나 상실감을 느끼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심리학 조언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박제헌 옮김 / 걷는나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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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것인가? 변할것인가?'는 우리의 젊은 시간을 관통했던 화두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회피한다. 변화는 익숙함을 버려야 하거나 가깝고 익숙했던 것에서 멀어지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건강이 나빠지고 마음이 약해지는 몸과 마음의 변화도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놓아주기'와 '머무르기'라는 기술을 제안한다.

쉽게 얘기하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려놓고, 강하게 만드는 것은 제대로 움켜쥐면 된다.

변하는 것은 놓아주고 목표나 소망, 행동 능력 등은 고수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인 헤라클레토스(Heraclitus)가 자신의 철학을 '판타 레이(panta rhei)'라고

말했듯이 만물은 흐른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인간 역시 변화와 창조의 과정 속에 있을

뿐이다. 결국 삶이란 끊임없는 변화와 지속적인 진화 과정이다. 현재의 편안하고 익숙한 것에만

집착하는 이들은 과거에 갇힌 채 타성에 젖어 자신의 사고방식만을 고집하고 유연하지 못하다.

우리는 살아가는 매 순간 변화와 혼돈을 맞닥뜨리며, 우리 인생은 그것을 받아 들일 것인가의

여부에 의해 정해진다. 과거의 경험에 집착하는 사람은 향수에 젖어 처음에 느낀 즐거움을 다시

경험하고 싶어 하지만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될 뿐이다. 과거와 똑같이 머무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변화에 한꺼번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때는 무작정 행동에 나서기보다 생각과 행동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인지할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보통 겉만 번지르르한 말뿐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 와 닿는, 진심으로 성취하고 싶은 확고한

목적이 있을 때 변한다.

변화는 이성적인 결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의식적으로 행하기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깊이

깨닫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때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이다. 내 모습이 아닌 것이 되려고 노력할

때는 올바른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없다. 진정한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현재의 자아에 온전히

자신을 맡겼을 때, 오직 그때만 우리는 변할 수 있다. 변한다 해서 우리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인격을 갈고닦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완전한 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변화의

본질이다. 우리는 계속 존재해야 하는 것과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 사이에서 방황하지만 인간은 결코

어느 한쪽만 유지할 수 없다. 이 둘이 서로 교류할 때 '온전한 나'를 만날 수 있고 이것이 변화의

완전성이다. 경험은 흩어진 조각과 자신을 동일시할 때 일어나는 융합 현상을 보여준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완전히 알고 나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변화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다.

'적응력'은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고 변화 과정을 따를 채비가 된 상태, 즉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능동적 적응이란 새로운 현실에 순응하며 행동에 개입하고

변화를 가능한 구체화한다는 뜻이다. 놓아주기와 머무르기의 원칙도 이와 마찬가지다. 놓아준다는

것은 '변한 여건에 적응하기 위해 과거로 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행동이며', 머무른다는 것은 '새로운

상황에 필요하고 가능한 일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적응력'의 또 다른 개념은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로 주로 조직 내 변화 과정을 가르키는 말인데 변하는 조건에

대응하고 목표 및 접근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본적 변화 과정에서는 '사건',

'저항', '혼돈', '해결 중심적 사고', '융합'의 단계를 거치는데 저자는 변화에 시간이 필요함을 인식해

여기에 '시간'이라는 단계를 더한다.

사회적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저자는 심지어 무너진다고 표현한다) 숨가쁘게 바뀌는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깊은 절망과 어리석은 행동에 빠지지 않게 도와줄 버팀목이 필요하다. 잠시 휴식을 주고

길을 알려주는 '디딤돌'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 외에도 빅터 프랭클의 말처럼 '그럼에도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아가자'는 생각도 필요하다. 그가 수용소의 지옥 같은 생활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좌절할 동안에도 꿋꿋하게 버텨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스스로 의미를 찾는 일을

발견하려 했고, 소소한 긍정적 경험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에겐 이것이 디딤돌이었고 버팀목이었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감이 우리를 버텨 줄 것이고, 디디고 일어설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찰스 다윈의 말이 생각난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이 아닌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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