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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비밀의 책
샤론 존스 지음, 신선해 옮김 / 가나출판사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삶은 질문의 연속이다. 질문은 사람을 성장 시키고 성장은 그 사람의 가치를 높인다. 그래서인지
유대인들의 교육은 끝없는 질문의 연속이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질문도 어떤 연예인이 우스개
소리로 던진 말이지만 사실 철학적이고 삶의 가치를 가진 그런 질문이다.
이 책은 기억하지 말고 소멸할 것을 주문한다. 탐색용 질문들에 있는 그대로 사실과 감정을 표현하라고
하면서 모두 끝내고 나서는 반드시 묻어버리거나 감추거나 잠그고 잊어 버리길 권한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이 비밀의 책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회의 대세에 반하여 아무것도 공유하지 말 것을
정중히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왜곡하지 않고 바라볼 수는 없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 볼 수 없는 지금의 우리를 그대로 표현한다.
'처음'은 항상 설렌다. 처음은 영혼의 지진과도 같이 오래도록 혹은 평생 기억된다. 결코 잊을 수도 없고
지속될 수도 없는 현실과의 괴리를 가진다 우리의 머리 속과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한다. 우리는 그
기억을 끄집어 내며 산다. 안타깝게도 항상 처음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사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메일
서명이 '항상 처음처럼'이고 수십년째 그 서명을 사용하고 있다. 첫 키스라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한 것을 적어야 하나, 내가 당한 것을 적어야 하나, 아니면 둘이 같이 한 것을 적어야 하나.
그러면서 한참을 웃었다. 온 동네가 온 교회가 알 만큼 소란스러웠던 첫사랑(혼자 한 사랑이지만)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렇게 우린 '처음'이라는 기억을 가지고 산다.
우리가 청년이었을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심지어 교양과목
교수님은 기말고사에 B4용지 두 장을 주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써 보라고 하신적도 있었다.
그 질문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났다. 마음의 소리를 듣고, 타인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고, 지금 있는
곳에서 그대로 있으면서 자기 자신이 되어 보는 것이다. 진짜 내가 되어 보는 것이다. 솔직해 지고
진솔해지고 투명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렵다. 솔직해지기도 진솔해지기도 투명해지기도
어렵다. 자신의 성격을 여섯 단어로 표현하라는 주문에서부터 막힌다. 세개 네개까지는 그런대로
쓸 수 있으나 다섯개부터는막막하다. 아마도 자신이 없어서인것 같다. 그 단어를 사용하기엔 뭔가
모자란것 같고 아닌것 같은 생각에 멈칫거려지는 것이다.
삶이 9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펜과 종이가 있다고 상상하며 써 보는 마지막 편지는 의미있게
다가온다. 평생 가장 의미있었던 순간을 기억해 보고,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고,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려지는 상황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렇게 쓴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것 처럼 살아라'
가면을 벗고 가장 솔직한 나와 만나는 시간, 이 책은 그런면에서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