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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꼭 알아야 할 스포츠 윤리
로버트 L. 사이먼 지음, 김태훈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1년 1월
평점 :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감사의 글의 첫마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결국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고 함께 살아야 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출간하며 해밀턴 대학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렇게 말한다. '늘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고, 줄곧 비평과 도움을 주었고, 저자가 진리(철학분야)와 탁월함(스포츠
분야)에 대한 상호탐색(서로에게 혜택이 되는 협력적 활동)이 가능했음'을 이야기 하는데
이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든다. 학문을 함에 있어 상호탐색은 사실 쉽지 않다.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기에 이 선을 넘어서거나 개입하는것을 극히 싫어하는 학자들의 견해에서는 더욱 그렇다.
윤리는 '관계'에서 시작된다. 관계가 제대로 정립될 때 인권의 개념은 비로소 제 위치를 찾게 된다.
사람과 사람 간의 올바른 관계는 적어도 상대를 자신과 동등한 가치와 자격을 지닌 독립된 존재로
인정할 때 가능하다. 인권 의식도 그때 비로소 등장하게 되며 그 핵심에는 상호 존중이라는 가치가
자리한다. 스포츠 윤리도 마찬가지다. 선수와 지도자, 선수와 선수 간의 관계가 서로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는데서 시작되며, 그런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선수와 지도자, 선수와 선수간에 인권이
존중될 수 있다. 스포츠란 어쩔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기에 공정이라는 가치가 우선되지 않으면
수없이 많은 문제들과 마주하게 된다.인간에게 있어서 진정한 윤리적 행동은 누구의 지시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율적 판단에서 나오는 것이다. 개인이 도덕적 자율성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무엇이 옳음과 공정함에 가까운지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판단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 그리고 실제 스포츠 활동에서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고 습관화하는
역량을 개발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속임수를 쓰는 많은 사람들은 들키지 않고 비밀리에 속이고자 하거나 적발되지 않기 위해 남을
현혹한다. 버나드 거트(B.Gert)가 자신의 저서 '도덕성'(Morality)에서 매우 효과적인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은, 마치 배우자가 재정적으로 자신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성적으로
드러내놓고 심지어는 자신의 부정을 과시하기까지 하며 속이는 것처럼, 감추지 않고 공공연하게
부정행위를 할 수 있다. 물론 부정행위는 발각되어야 부정행위가 된다. 발각되고 드러나기 전엔
그냥 윤리적인 문제일 뿐이다. 대표적인 예가 게임스맨십(gamesmanship)이다. 상대의 집중을
방해하거나 불안하게 만들려고 하는 목적으로 규칙에서 금지되지 않은 시도들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상대팀에 모욕적인 말하기, 상대를 교란하고자 고의로 경기를 지연시키거나 속도를 더
내는 것, 선수가 부상 당한 것처럼 거짓 정보 제공하기, 위협하기 등이 있다. 이는 정해진 규칙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하여 심리적 혼란과 정신력 저하를 가져오겠다는 행동들로 '실제로 부정행위를
하지 않고 경기에서 승리하는 기술'이라고 불린다. 대부분이 우리가 말하는 '경기의 정신 혹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들인데 이를 경기의 일부로 볼것인가 아니면 도덕적인 문제로
볼것인가는 개인적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스포츠맨십이 무엇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가지는 근본적인 가치 중 하나는 '경쟁의
이상에 대한 존중'이다. '경쟁의 이상'이란 각 경쟁자가 그 경기의 틀 안에서 상대를 능가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며 탁월함에 대한 상호탐색을 말한다. 이는 상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상대와 겨뤄서
시험을 받기 위해 자신의 경쟁자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길 원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이와 같이
좋은 경쟁과 좋은 상대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는 것은 운동 시합을 무자비한 경쟁과 구별하는데 기여한다.
그 밖에도 이 책에서는 스포츠 약물에 관한 부분과 학원의 엘리트 중심 스포츠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이 부분은 적용 부분과 가치 중심의 무게가 어디에 쏠리느냐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공부가 더 필요한 부분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