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 때'라는 것을 감으로 알게 되는 것 같다. 오랜 경험에 의한 이 '감'은 생각 보다 적중률이
높다. 안색이 나쁘다거나, 식사를 할 수 없게 된다거나, 몸이 붓고 혈액 순환이 잘 안된다거나, 소변이
나오지 않는 등 증후가 있고 이럴 때 간호사들은 '그 때'를 예감한다고 한다. 환자의 상태를 오랫동안
지켜 보았기에 가능한 일이고 이럴때 간호사들은 '오늘은 자고 가시지요'나 '함께 있어 주세요'라고
말한다. 좋은 일을 기대하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론 언제든지 일어 날 수 있는 일에도 대비 해야 한다.
누군가가 죽는다는 건 몇 번을 겪어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고 보내드릴 때 마다 아픔이 찾아 온다.
때로는 환자가 마지막까지 겪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공유하기도 하므로 '이제야 고통에서
해방됐군요'하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물론 속으로)
무슨 일을 하든 중요한 건 '자신의 생각과 의지'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마지막까지 충실히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삶을 온전히 누린 뒤에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그래야 죽음이 곧 '삶을 살았다는 증거'가
된다. 후회 없는 선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은 환자가 '평온한 최후'를
맞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조금 더 잘 살기 위해 죽음을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글 말미에 있는 소제목이다.
그런것 같다. 지금을 더 잘 살기 위해 죽음을 배우고 알아야 한다.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더 중요하다. 특히나 죽음을 앞 둔 이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저자는 그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죽음들을 꺼내 놓는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으로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더 잘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리도 그래야 할 것 같다. 주어진 '지금'이라는 시간을 죽을 힘을 다해 살아야
할것이다. 그리고 후회없이 간다면 잘 살았다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