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를 말하다 - 이규현 목사의 설교론
이규현 지음 / 두란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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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는 철저히 숨겨야 한다. 우리는 우리를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고후4:5a p79

설교에 모든것을 걸어야 한다 p113

설교는 목회자의 숙명과 같은 일이지만 강단에 서는 매 순간 떨린다. 어쩌면 철 모르던

교육 전도사 시절이 더 마음 편하게 설교했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많이

알아서인지, 아니면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지 설교를 하기 전엔

떨리고 마치고 나면 아쉽다. 아이러니하게도 설교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면서 정작

자신의 설교에 대한 만족함을 늘 부족하다. 이러던 차에 이규현 목사의 '설교를 말하다'를

접하게 되어 저자의 깊이를 경험한 나에겐 기대감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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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는 철저히 섬겨야 한다'

이 문장 앞에 허리가 꺾이고 머리가 숙여진다. 사실 저자도 말하듯 한국 교회의 목회자 섬김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목사님은 화장실도 안가시고 목욕탕도 안 다니시는 줄

알았다. 이렇듯 받는 섬김에 익숙하다 보니 그것이 특권이고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주님은

분명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는 그냥 섬김 받기에

익숙해졌고 주는 섬김에 인색해졌다. 섬김의 힘은 철저하게 종의 철학에서 나온다. 설교자를

위해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가 성도를 위해 존재해야 하며 섬겨야 한다. 설교도

섬김이다. 한 편의 설교를 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을 정성껏 다듬고, 최선을

다해 설교를 준비하고, 그 말씀을 통해 성도들을 섬기고 대우해야 한다. 설교는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고 성실함이다. 죽기까지 섬기시고 낮아지신 주님이 그러셨듯이 우리도 그래야

한다. 이 섬김은 설교를 결코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설교자에게 있어 최고의 섬김은 말씀을

제대로 전하는 것이다.

설교자에게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을 넘어선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혜가 있어야 한다.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재주가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은혜여야 한다.(저자는 이를 은혜의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고 표현한다) 사도 바울의 고백한 것 처럼 우리에게도 '약할 때 강함 되신다'는 고백이

있어야 한다. 설교를 잘해서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은혜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설교자는 늘 겸손해야 한다.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하셨다는 고백이 있어야 한다. 머리에서 나온

설교와 위로부터 기름부음이 임한 설교는 다르다. 이 은혜가, 이 기름부음이 설교자를 끌어 갈때

자신이 먼저 변화하고 말씀을 들은 성도들이 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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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아주 오랜만에 '광야의 영성'을 만난다. 지금 우리는 기름지고 풍족함에 취해 한적한

곳을 찾으셨고 스스로 광야로 들어 가셨던 주님을 잊어 버렸다. 영적 분별력도 기대감도 없다.

신앙이 무의미해지고 점점 힘을 잃어 간다. 믿음이라는 커다란 폭탄을 주셨는데 이를 터트리지

못하고 그냥 던져 버린다. 어려움과 환란 앞에 당당하게 맞설 의지조차 없다. 이런 나약한 우리에게

'광야의 영성'이 필요하다. 죽음을 각오하는 믿음의 결단이 필요하고, 사력을 다해 마주하는 신앙의

열심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그 시대의 소리가 아닌 전혀 다른 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늘이 열리고 성령의 음성이 들리는 그곳으로 가야 한다. 그곳이 바로 광야이고 그곳에서 우리는

주님을 만난다.

묵상은 시간 싸움이다. 생각의 힘은 결국 묵상에서 나온다. 때문에 묵상은 어떤 짜여진 틀 안에서가

아니라 우리 삶 전체에서 경험되어야 한다. 설교자는 어떤 생각과 말씀을 가지고 깊이 들어가려고

하는 내구력이 있어야 하며 어려움이 몰려와도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말씀이 내재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묵상이다. 일시적이고 의식적으로 하는 묵상이 아니라

삶 속을 통과하는 일상이어야 한다. 무언가 다른 것이 정신을 빼앗겨 정작 묵상은 잠깐 제껴 놓은

목회자들이 너무 많다. 묵상이 없는데 설교가 나오는 것이 신기 할 정도이다. '묵상'(meditation)은

반드시 '연구'(study)와 함께 가야 한다. 묵상만 하면 본문에 깊이 들어 가기 어렵다. 본문을

피상적으로 대하고 넘어가기에 깊이를 가지려면 반드시 연구가 필요하다. 성경을 깊이 들여다 보고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짚어 내야 한다. 깊이 내려진 뿌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뿌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무시하기 쉬운데 결국 뿌리가 튼튼해야 제대로 설수 있다. 설교도 마찬가지다.

끝으로 저자의 이야기를 적어 본다. '설교자는 설교를 잘하는 것에 관심이 많고 자신이 훌륭한 설교자로

드러나기를 바라지만, 청중은 설교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설교자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설교자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싶을 뿐입니다.'

설교의 방향이 명확해졌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책은 신학을 공부하는 후배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설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많이 방황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신학을 시작한 제자에게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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