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춘추전국지 2 - 풀어쓰는 중국 역사이야기
박세호 지음, 이수웅 감수 / 작가와비평 / 2020년 12월
평점 :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난세는 호걸들과 효웅들의 각축장이고 여기에서 승자는
영웅으로 패자는 쓸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춘추전국시대' 역시 말 그대로 어지러운
시기였으며 동시에 역사의 황금기였고 동양 문화의 사상의 뿌리가 뻗고 꽃을 피우는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당대는 어지러웠을 것이나 그 파란의 시대야 말로 역사를
달궈내는 불길이었다'라고 소개한다.
특별히 제나라의 간신 경봉을 후하게 대해준 죄를 묻는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운 전투 후 경봉의 목을
치는 장면에서 나온 '까마귀가 돼지를 검다고 비웃는다'는 말은 요즘의 우리에게 던져주는 바가 크다.
평소의 행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고하며 제대로 잘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함께 가진다. 누군가에게
손가락질 하기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 보아야 하며, 누군가를 책하기 전에 자신의 행실도 돌아 봐야 한다.
남을 가르키는 손가락은 하나이고 자신을 가르키는 손가락은 무려 세개나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공구(孔丘,孔子)가 3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낙양을 떠날 때 주나라 조정의 자료실장을 보고 있던
이이(李耳,老子)가 하는 작별인사 역시 마음에 오래 남는다. '그러므로 굳이 말하노니 그대는 교만과
욕심을 버릴지어다. 보라는 듯이 교만한 자태와 번들거리는 야망은 신상에 이로움이 없음으로
명심할지니라' 출세와 권력, 그리고 돈에 혈안이 되어 살아 가는 지금의 우리 앞에 던지는 노자의
이 말은 깊은 울림이 있다. 교만함, 그리고 욕심은 늘 붙어 다닌다. 이것들은 사람들의 약한 점을
파고 든다. 그래서 비교하게 만들고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을 갖게 하고 이 불편함은 결국 죄로
이어진다. 이 말을 들은 공구는 이 때를 회고하며 '노자는 용이다. 어느 누구도 무엇을 가지고도
잡을 수 없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친다.
시대는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하고 있다. 옛날 좋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움직이는 것은 그 형체를 바꾸지만 반드시 원래대로 되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날을 대비한다고 하는 것은 가만히 시간의 흐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시간을 정복하고 다스리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대비인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춘추전국시대는 이미 '패왕의 시대'를 지나, 새로운 '칠웅(七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진나라의 6경은 조, 위, 한의 세 성씨가 살아남아서 새 개의 독립국이 되고, 전국 7웅에
가입하기에 이른다. 좁은 의미에서의 본격적인 '제자백가'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후 씨족 공동체적인
국가가 붕괴되고 전혀 형태를 달리하는 새로운 국가가 역사에 등장하게 된다.
'풀어 쓰는 중국 역사 이야기'라는 책 설명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전히 쉽지는 않지만
지금껏 읽었던 다른 역사서와는 분명 궤를 달리하는 이 책은 그나마 덜 어렵게 느껴진다. 삼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