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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글을 잘 쓰게 될지도 몰라 - 하루 5분, 70가지 방법으로 달라지는 나만의 글쓰기
캐런 벤크 지음, 황경신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20년 11월
평점 :
책을 펼치고 만난 역자의 글이 흥미롭다. 나쁜 소식 하나와 좋은 소식 하나를 전하는데 다음과 같다.
이 책 안에 글쓰기의 요령 같은건 없다는 나쁜 소식은 좋은 글쓰기의 비법을 기대했던 나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준다. 그러나 이내 킁킁 냄새를 맡고, 홀짝홀짝 햝아보고, 하나하나 뜯어서 요리조리
살펴보고, 냠냠 맛있게 먹고, 완전히 소화 시키고, 비어 있는 공간에 마음껏 낙서를 하고, 바보 같은
생각을 새겨 넣고,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를 꿀꺽 삼키고 나면 '어쩌면 나도 글을 잘 쓰게 될지도 몰라'
정도가 아닌 '이 세상에서 나처럼 글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는 자신감이 우리를 껴안을
것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준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지 말고, 겁먹지 말고 얼른, 당장, 급히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한번 시작해 보려고 한다.
글쓰기는 상상력의 총아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항상 단어에 굶주려 있고 창조적인 에너지를 지키려면
밤낮으로 상상력을 먹여 살려야 한다. 상상 그 이상의 것은 상상을 통해서만 가능하기에 작가의
상상력은 무한하다. 어쩌면 작가의 상상력이 독자에게 따라잡힌다면 이는 작가의 게으름 일수도 있다.
저자의 말처럼 '상상력을 위한 맛있는 단어'들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는 작가의 가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Why'라는 생각에서 부터 시작하는 질문들은 그것이 정답이든 아니든 상관 없이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사고의 틀'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의 틀은 사람을 정형화 시키고 생각을
도식화 시킨다. 정형화되고 도식화 된 사람의 생각은 획일화 될 수 밖에 없고 이런 사고 속에서는 좋은
상상력이 나오기 어렵다. 상상은 그 끝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한 확장 가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이 책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났다. '당신은 당신입니다. 당신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
당신을 써 보세요. 당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 세상이 세상을 보도록 해보세요. ....그리고 써보세요.
그것이 당신의 목소리 입니다.'(모이라 애칸, 시인) 그렇다. 우리는 유일한 존재이다. 이미 이것으로
우리의 가치는 충분하다. 괜히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스스로를 작게 만들거나 위축시킬 이유가 없다.
자신의 소리로 생각하고 자신의 소리로 이야기 하고 자신의 소리로 글을 쓰면 된다. 그래서 세상이 보는
방식이 아닌 자신이 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면 된다.
그리고 그 끝은 덜어내기이다. 글 속에 불필요한 문장이나 단어 혹은 글이 너무 길 때는 '덜어내기'
(편집)를 해야 한다. 이 과정은 냉정해야 한다. 부적절 한 단어 하나는 전체의 글을 방해 할 수 있기에
냉정함으로 덜어 내야 한다. 여기에는 특별히 관심이 가거나 애정이 들어 있는 부분도 예외는 없다.
전체의 흐름에 방해가 된다면(처음부터 다시 쓸 생각이 없다면) 과감하게 들어 내야 한다.
이 책은 글쓰기의 좋은 교본이다. 여타의 책처럼 '이렇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며 그곳으로 오게 한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오는 사이에 어느새 자신의 글이
저만큼 성장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