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이지아 지음 / 델피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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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대담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다'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 정의에 부합되지 않으면서 '소심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우리의 머리 속에 상상되어지는

그 소심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우물쭈물하고 쉽게 결정 못내고 남에게 끌려 다니며 소심과 세심의

경계를 넘나 든다. 완벽하게 소심한 사람이 없듯이 완벽하게 세심한 사람도 없다. 우리는 세심과

소심의 어중간한 경계에 걸쳐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저자의 기억의 일부를 가져온다. 아이와 백화점을 가서 가방을 보며 일어난 일인데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겪는 '소심'이다. 5만 9천원 짜리 필통을 미안함과 창피함에 차마 거절 못하고 사버리는 저자.

그것도 무려 두개나. 우리도 이런 실수들을 자주 한다. 체면 때문에, 상황 때문에, 그냥 귀찮아서 저질러

버리는 일들이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일어난다. 혼자서 소심한 사람은 없다. 대부분이 '관계'의 문제인데

이 관계가 사람을 참 힘들게 만든다. 사람 앞에서 자꾸 작아지고, 특히나 좋아하는 사람이나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 더욱 소심해지는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심쟁이'들이다.

이 소심쟁이들에게는 정말 큰 무기가 하나 있다. 바로 '소심'이다. 쿨한 척, 착한 척이 아닌 당당한 소심은

오히려 강력한 무기가 된다. 단, 여기에는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뭔가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절실하고 간절해야 한다. 그래야 소심이라는 무기가 제대로 힘을 얻는다. 잠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다가오고 마음을 다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소심은 그것만으로 이미 힘이 된다. 소심이 그대로

받아들여져 인정이 되면 그때부터는 '세심'이 되는 것이다. 결국 소심과 세심은 관계에서 결정된다.

소심함은 대부분 알지 못하는데서 온다. 알지 못하기에 자신이 없고 자신이 없기에 말을 못하고

입안에서만 가지고 있다. 모르는게 병은 아니다. 알면 되고 배우면 되고 그거로 밥 벌어 먹고 살것

아니면 꼭 전문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심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소심이 '모름'에서

오기에 여기에 앎에 대한 욕망과 배움에 대한 욕구만 있으면 이것 마저도 해결 가능한 문제가 되어

버린다. 굳이 목 맬 필요가 없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소심쟁이인 저자는 '소심은 병이 아니잖아요'라고

소심하게 말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알고 보면 모두가 소심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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