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든 결혼은 소중한 결정이다. 굳이 팀 켈러의 책을 언급하지 않아도 신앙인에게 있어서 결혼은
정말 중요한 선택이다. 우리가 신체적 청년일 때는 배우자에 대한 '구체화'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배우자
기도를 할때 구체적으로 자세하고 정확하게 기도하라는 말인데 내가 아는 어떤 선배는 결혼 상대자에
대해 기도하며 키는 몇 센티, 몸무게는 몇 킬로그램, 학교는 어디 나오고, 부모님은 어떤 분이고, 직장은
어떤 곳이고 하는 식으로 기도를 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배우자를 만나지는 못했다. 아무튼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구작가는 그 정도는 아니다. 평생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사람, 패션 감각이 좋은 사람. 그런데
이 항목 역시 수월하지만은 않다. 평생 함께 예배 드린다는 항목은 얼핏 쉬워 보이나 구작가가 살짝
맛 보기로 보여주는 예배의 정의 만으로도 분명 어렵다. 예배중에 멍 때리지 않고 집중하는것. 우리는
안다. 예배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맛 잃은 소금(유니즌)이라는 ccm에도 등장하는 이유인
설교 비판, 낮 잠 보충등 그 내용이 너무 직설적인데다가 사실이어서 한때 교회에서 부르지 못하게
한적도 있었을 만큼 예배에 집중하기엔 우리의 마음이 너무 분주하고 복잡하다. 그런데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패션 감각이 좋은 남자다. 이건 그냥 얼굴이 잘생기고 멋진 것과는 격이 다르다. 감각도
있어야 하고 멋도 알아야 한다. 한번 주위를 둘러보고 눈을 감고 지난주일 예배당 풍경을 떠올려 보자.
패션감각이 좋은 남자를 본적이 있는지. 이 어려운 항목을 조건으로 내세운 구작가. 정말 결혼을
할 생각은 있는것인가?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우리가 가끔 하는 착각이 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이시니 알아서 해 주실거야'. 물론
잘 아신다. 창조자이시니 당연히 잘 알 수 밖에. 그런데 하나님은 창조자이시면서 아버지이다. 자식이
간절히 원하면 주시는 그런 아버지시다. 떡을 달라는데 뱀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정말 맛있는 것을
주시는 그런 아버지시다. 자녀들과 이야기 나누길 좋아하시고 함께하길 좋아하시며 자녀들의 눈물에
가슴치며 통곡하시고 자녀들의 작은 기쁨에 웃음을 참지 못하시는 그런 아버지시다. 알면서 못해주셔가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시기에 기다리시는 분이시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께 공산품을 만들어
달라고 기도한다. 하나님의 방법이 아닌 내 방식대로 만든 '인간 로보트' 하나를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