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시간 기록자들
정재혁 지음 / 꼼지락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스로가 브랜드가 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담아

만들어 낸 물건에 자신의 모든것을 거는 사람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장인(匠人)이라 부른다. 어제를

기억하는 도시와 전통과 현대의 감각이 만나는 새로운 오늘,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이들이

이 책에 가득하다. 변화가 아니면 도태 뿐인 현재에 새로운 전통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고통과

어려움을 동반하지만 그들이 걸어가는 그 길이 그대로 역사가 되기에 한걸음 한걸음이 소중하다.

일본의 연호가 헤이세이(平成)의 30년이라는 짧은 시대를 마치고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이름의

레이와(令和)시대를 맞이 한 지금 도쿄의 구석 구석에선 전통과 현재를 접목시켜 새로운 전통을

만들려는 노력이 계속 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크래프트 콜라 장인'

신주쿠 역에서 세이부 신주쿠선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가면 맞게 되는 시모오치아이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요시 콜라'를 부르는 이름이다. 코카콜라나 펩시가 아닌 다른 이름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815 콜라'가 생각 났다. 가장 한국적인 입맛으로 만든 콜라라는 거창함 뒤에 형편없고

어이없는 맛으로 나를 놀라게 했던 그 콜라. 아무튼 이요시 콜라에는 가장 대중적인 탄산음료를

제조하는 30대 콜라 장인이 있다. 장인의 사전적 의미가 '스스로 몸이 익힌 기술과 수작업으로 물건을

만들어 가는 사람'인데 이 콜라 장인은 30대라는 생경함이 있다. 물총새라는 희귀한 조류(코라

고바야시 본인도 아직 보지 못한 새)를 '이요시 콜라'의 로고이자 심벌로 정한 세가지 이유를 읽으며

'장인 정신'이 느껴지기는하나 여전히 생경하다. 하늘에서 물가로 날아들어 먹이를 채는 역동성과

약동하는 이미지, 콜라의 기존 관념을 뒤집는 콜라를 만들겠다는 의지, 한번도 본적 없는 물총새가

상징하는 희망을 이유로 물총새를 로고로 정했다고 한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한 영화관에서는(업링크)

입점 초기부터 꾸준하게 코카콜라와 경쟁하여 실제로 두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수수께끼와

같은 일이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다. 나도 아직 먹어 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찾아 본 사진

만으로도 이미 맛있어 보이고 흥미로워 보였다. 화학 재료를 전혀 섞지 않은 코바야시의 콜라에 대해

저자는 '상냥한 느낌의 맛'이라는 표현으로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콜라는

지금 '마법의 시럽'이라 불리며 '드리머 플레이버(Dreamer Flavor)', 밀크 콜라, 재팬 에디션(Japan

Edition)'이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도쿄에 있는 지인에게 물어 보니 맛있다고 한다.

일본에 가게 되면 꼭 먹어 봐야겠다. 장인의 오늘이란 실천 하는 날의 일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심지어 어디를 여행 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커피 맛있는 집이다. 국내

여행이나 해외 여행이나 마찬가지다. 커피가 맛있는 집이 없으면 스타벅스라도 찾아 본다. 그래도

없으면 조금 짐이 되긴 하지만 커피를 위한 도구들을 챙긴다. 그래서 내 캐리어에는 옷이 들어갈

공간이 별로 없다. 아무튼 '얼마전까지 있었는데'와 '얼마전까지 없었는데'로 대변되는 시부야의

거리에서 만난 '오니버스 커피'는 나도 몇 번 가본 곳이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나중엔 일부러 갔다.

그곳에 가면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만날 수 있다. 그곳의 맛의 비결은 '콩(bean )'에 있다. 유통 업체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과테말라와 브라질로 가서 사람을 만나고 원두를 확인하고 그렇게 커피의

모든것을 책임지는 방식을 고수하니 더디고 신중하다. 이것이 커피의 투명성을 보다 명확하게 해

준다. 그곳의 커피는 그저, 너와 나의 테이블 사이에 놓여 있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최초의 여자 스시 장인인 '나데시코 스시'의 지즈이 유키와 시부야에서 꿈꾸는

모짜렐라 치즈인 '시부야의 치즈 스탠드'의 후카가와 신지등 흥미로운 장인들을 소개한다. 생소함과

익숙함의 경계에서 자신 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오는 이들은 분명 '장인(匠人)'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