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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 외로움은 삶을 무너뜨리는 질병
비벡 H. 머시 지음, 이주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하나 있다. 코로나 19가 가져다 준 '펜데믹'(pendemic,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인데 흥미롭게도 이 책에서는 '외로움'을 펜데믹으로 본다. 저자는
의학적 전문 지식과 다양한 경험, 지적 호기심을 토대로 이전에는 고려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인
외로움에 대해 세계적 유행병이라 진단하며 우리에게 '연결'을 이야기한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겪는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외로움은 누구나
겪는 일시적 고립감이 아니라 기저에 깔린 무언가로 부터 나오는 감정적 표현이다. 외로움은 단순히
'홀로있음'이 아니다. 외로움이 자신에게 향하면 극단적으로 자살에까지 이르고 타인에게 향하면
분노와 폭력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저자는 외로움과 폭력을 남매라고 표현한다. 여러가지 중독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파괴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많은 이들이 외로움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철저한 개인주의와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서 외로움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과 같이 수치스러운 일이다. 결국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과도한 액션이나 감정 표현을 하고 번아웃이나 정서적 피로감을 가져오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런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호의와 친절한 행동이다. 외로움이나 어려움,
문제등에서 벗어나 원래의 삶으로 돌아 오는 것을 '회복탄력성'이라 하는데 외로움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건강하고 균형잡힌 회복탄력성이 가능해진다.
2018년에 보고 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22%가 자주 또는 늘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감을
느낀다고 하며 일본은 정부가 공식 인정한 히키코모리(사회적 은둔자)가 100만명 이상이다. 아마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이미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고 있거나 주변 사람들과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 그 무리에 다가서기 보다는 한 발
물러서는 경향을 보인다. 심지어 자신과 친해지려는 사람에게조차 진실한 감정을 숨긴다. 부끄러움과
두려움은 자기 회의를 촉발해 결국 자존감을 낮추고 도움을 요청할 수 없게 만들어 외로움이
지속되는 상태를 만든다. 그리고 이 악순환을 타고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스스로가 그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으며 사랑 받을 가치가 없다고 확신해 자기 안으로만 향하게 되고 정말 필요한 관계에서
멀어진다. 이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는 외로움을 둘러 싼 수치심의 원인이 된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숨기고 부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외로움이라는 감정적 고통을 마비시키기 위해 알콜, 약물, 음식,
섹스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이런 식으로 외로움과 수치심이 결합하면 개인의 건강과 생산성은 물론
사회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저마다 두려움과 열망, 희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외로움, 불안, 우울증 같은
감정들을 흔하게 경험하고 마주한다. 세상 속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친절, 격려, 솔직함을 갖고 자신을 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건설적인 자기 대화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왜 계속
가야 하는지를 친한 친구처럼 내게 상기시키고 자극을 준다. 마음을 산만하게 하는 '바쁨'에서
벗어나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통해 자기 스스로와 화해를 시도해 보자.
이렇게 터득한 새로운 지혜와 더욱 깊어진 자의식을 토대로 삶을 바꿀 용기를 갖게 되면 삶의
피할 수 없는 변화와 불확실성을 마주해도 안정감과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려는 여정에 대해 쓴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신학자)의 '토마스 머튼이 길어낸 사막의
지혜(1960)'의 한 대목이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리와 우리 자신을 갈라 놓는 심연을 건너지 못한다면 달로 항해를 떠나봤자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자기를 발견하는 것은 발견을 위한 모든 항해 중 가장 중요하며 자기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다른 모든 것은 쓸모 없을 뿐 아니라 재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