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지어지는 미소는 아마도 그런 경험이 나에게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무언가 하고 있는데 채워지지 않는 허전한 그것, 저자는 바로 그것을 이야기 한다.
사실 SNS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작가들의 글을 보면 살짝 아쉬운 점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무언가 엉성한 구성도 그렇고, 이것저것 감성들을 모아놓은 잡화상 느낌도 나고, 작가
자신의 개성도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글을 여러번 접한 이후론 왠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것
같다. 일단 이 책은 제목에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다행이다. 작가 특유의 간결함과 섬세함은 읽는
이로 하여금 충분히 공감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시원하다. 타인의 슬픔을 보며 이상한 소리를 해서
상대방의 속을 긁어 놓는 사람에게 던지는 '염병 떨고 있네'는 가슴 속 응어리까지 던져버리듯 시원하다.
행복은 내것 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것도
아닌 오롯이 내것 이어야 한다. 그 기준이 나에게 있는데 타인이 뭐라 할 이유는 없다. 그들의 눈엔
'애개, 겨우 그 정도'일지 모르지만 내겐 그것이 행복이고 전부다. 저자는 이것을 '먼지와 우주'로
표현한다. 비교조차 할 수 없지만 그것이 내겐 우주로 전부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것이기
때문이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눈에 별것 아닌것 처럼 보이지만 내겐 가장 큰 아픔이고
고통이다. 제발 그냥 내버려두면 좋겠다. 괜한 오지랖으로 끼어들어 더 힘들게 만들지 말고 저자의
표현처럼 '그냥 꺼져' 주면 좋겠다.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비교'다. 그냥 나 하나만 보면 되는데 자꾸 비교한다. 그렇게
비교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는데 그냥 비교만 하고 그냉 그 자리다. 자신은 발전도 변화도
없으면서 비교 당하는것은 죽기보다 싫어 한다. 아이러니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대상과의 비교에서
좌절과 박탈감을 느끼고, 상대적으로 약자와의 비교에서 비교 우위를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정도면....'이라는 자기 만족과 함께.
자신을 '기억의 조각을 줍는 사람이라 소개하는 권라빈 작가. 이 책에는 작가 자신의 삶이 묻어난다.
아픔과 고통, 외로움과 아쉬움과 같은 가장 감성적인 삶의 흔적들이 하나하나 살아나듯 펼쳐진다.
보일러가 고장난 방에서 강아지를 끌어 안고 우는 작가의 모습이 떠올라 한 여름인데도 옷깃을
여미게 되고, 가족들이 보고 싶어 안타까워 하는 작가를 떠올리며 부모님 댁에 전화를 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노라면 마치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 보고 딱 나에게 전하는 말을 하는 것과 같은 생각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짧은 글이지만 깊은 울림과 감동이 전해지는 권라빈 작가의 글과 그 글을
완성시키기라도 하는듯 그려 낸 일러스트 정오의 그림은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생각 날 정도로
절묘하다. 소중함을 잊은 대가는 결국 내가 치러야 하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말은 두고두고
기억나는 구절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