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어려서부터 가진 습관이 하나 있다. 무언가 생각나는 글이나 좋은 문장을 보면 메모를 한다.
처음에는 그냥 메모를 했는데 조금은 정리를 해보는 것이 좋을것 같아 분류를 시작했다. 그러다
컴퓨터라는 유용한 기기가 등장하면서 플로피 디스크와 하드디스크를 이용하여 저장을 시작했고,
지금은 클라우드라는 가상 저장 공간까지 이용하게 되었는데 그 양이 제법 많고 가끔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렇듯 글쓰기는 우리 삶의 일부일수도 있고 희망사항일수도 있다.
저자는 이 삶의 일부 속에서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발견하고 진짜 숨은 목소리를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펜은 마치 마술 지팡이 같다'. 이 책을 시작하는 저자의 말이다. 공감한다. 종이에 끄적이는 순간,
정성스레 찍는 마침표 하나, 가끔 여백으로 남겨 둔 공간, 잠간 쉬어 가기 좋은 쉼표, 이 모든것이
어우러져 벌이는 축제가 문장이고 글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 작업은 굉장히 예민하고 노력이 필
요하다. 끊임없이 감각을 유지해야 하며, 조금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글은 깊은 산속 어디메로
도망가 버린다. 그뿐인가. 글에는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분노도
기쁨도 슬픔과 아쉬움 마저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펜을 들고, 그 안에 잠재된 힘을
발견하며 끄적거린다.
자! 이제 마법의 방망이를 손에 쥐었으니 종이든 혹은 마음판이든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어떤것이라도 좋다. 내 감정이 이끄는대로, 혹은 펜이 움직이는대로 써 보는 것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무죄다. 오히려 상상하지 않는 작가가 문제가 있는 것이지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 무려 몇백년이나 전에 천공의 성 라퓨타와 거인국과 소인국의 이야기를 담은 '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나선 스위프트도 있지 않은가. 물론 내면의 목소리를 소재로 사용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작가의 의지에 달려 있지만 언젠가 부딪치게 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당당할 수 있도록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저자의 말 중 특별히 공감이 되는 말이 있다. '글을 쓰는 것을 특별히 직업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맞는 말이다. 자신의 정원을 가꾸는 사람을 정원사라고 부르지 않듯이 굳이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다. 좋은 글은 장차 나무로 자라날 씨앗과 같은 잠재력을
가진다. 이런 잠재력이 모여 좋은 글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걸음마 없이 걷기가 불가능하듯 글쓰기도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 노력을
위한 준비를 이야기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마음 속에 렌즈를 가지고 있다. 사건을 확대시켜 보는 광각렌즈가 있는가 하면,
사건을 축소시켜 보는 접사렌즈도 있고, 멀리 있는 사물을 가까이 당겨서 보는 망원렌즈도, 사건을
조금은 변형시켜 보는 어안렌즈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렌즈들을 통해 사건과 사물을 바라보며 최대한
판단을 배제하고, 주변을 관찰하고, 감각을 통해 세상을 느끼며 그 모든 경험들을 통해 글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풍성한 소재로 가득한 삶을 얼마나 잘 들여다 보느냐에 따라 글의 질감이 달라진다.
사람의 일생이 항상 파란만장하지는 않듯이 글도 항상 스펙터클하고 긴장감이 넘치지는 않는다.
적절한 '책갈피'라는 쉼표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소재들을 얼마나 잘 조절하고 사용하느냐에
달린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상상력'을 이야기 한다. 풍부한 작가의 상상력은 노력의 산물이다. 경험과
습득을 통해 얻어지는 재료들을 가지고 상상의 폭을 넓혀 나갈수록 좋은 글이 만들어 진다.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에서도 다가가야 할 목표가 있듯 작가의 상상력은 뚜렷한 목표의식 속에서 좋은 글감으로
표현되는것 같다. 이 책은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