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데포르메(deformer)하는데 있어선 모리나가 요우를 빼놓고 말하긴 어렵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그림은 사물을 그리되 있는 그대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변형, 축소, 과장을 통해
사물의 특징을 잡아내는 데포르메 작업의 특징을 잘 표현한다. 사물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기
방식대로 표현해 내는 그의 기차와 전철 그림을 보면 '역시나'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모리나가 요우는 '기계를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전차란 '화력을 가지고 장갑으로 둘러 싸여 어디라도 달릴수록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정의는 전차의
범주를 1915년 갑자기 등장하는 탱크 이전의 것으로도 눈을 돌리게 한다. 고대 시대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던 채리엇(고대 전차), 막강 화력으로 상대를 제압했던 브뤼헐의 전차, 다빈치에 의해 만들어진
다빈치의 무적 전차와 실제로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현대의 전차와 아주 흡사한 모형의 코웬 전차등은
'전투 장갑 차량'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만한 것들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일본의 전투 우차인 미토의
전차 우차인 '안진샤'를 소개한다. 19세기 중엽 영국에서 제암스 코웬이 '헬멧 전차'를 구상하던 때
바쿠후 말기 일본에서는 장갑 전투 차량 '안진샤'를 제작하고 있었다. 소가 끄는 토치카 형태의
이 모델은 이동 수단인 소가 공격을 당하면 그대로 멈춰 버리는 단점을 가지지만 나름 상륙전에는
유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본다.
전차라는 탈것은 적의 탄환을 튕겨 내면서 거친 땅을 질주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거친 길이나 황야를
달리기에 좋은 모델을 찾던 인류는 드디어 '무한궤도(캐터필러)'를 발명하게 되고 전차의 성능은
급발전하게 된다. 초기 무한궤도는 '휴대용 철길'이라고 했는데 track의 첫번째 뜻도 '선로'이다.
이렇게 무한궤도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것이 혼스비 트렉터(1909)와 홀트 트렉터이다.
1916년 최초의 탱크인 마크1이 생산된다. L자형 뼈대에 장갑판을 리벳과 볼트로 고정하고, 중추부
장갑 두께가 10mm 나머지의 두께가 6mm며, 스프링이 없어서 20-30마일을 이동하면 무한궤도가
끊어지는 이 전차엔 8명의 전차병이 탑승한다. 이들은 상하 일체형의 전투복을 입었고 스패너로
벽을 두드려서 조타수에게 속도를 지시해야 할 정도로 굉음을 냈으며 방향 전환을 위해서는 승조원
모두가 달려들어 타이밍을 잘 맞춰야 방향 전환이 가능했고 조타수는 30분에 한번씩 윤활유를
주입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최초의 탱크인 마크Ⅰ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전장을 향해 출발한
총 49대의 탱크 중 독일군 진지에 돌입한 탱크는 9대에 불과했을 정도로 이동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그래도 최초의 탱크는 적에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서는 '장갑 탱크는 처음에는 놀림을 받았지만 결국 중요한 무기가 된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최초의 탱크는 마크Ⅰ,Ⅱ,Ⅲ을 거쳐 참호를 건널 때 사용하는 섭나무를 싣고 있는 사진으로
유명한 마크Ⅳ에 이르게 된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프랑스의 전차인 슈니데르(Schneider)CA, 생샤몽(St. Chamond), 수작업으로
20대밖에 만들지 못했지만 영국의 마크4와 최초의 전차전을 펼친 독일의 A7V, 초충전차인 K 바겐
(K-Wagen)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남자라면 어릴적 비행기든 탱크든 하다못해 커다란
트럭이라도 운전해 보고 싶은 욕망을 가져 봤을 것이다. 나 역시도 한국은행 앞에 서 있던 탱크의
웅장함을 보고 첫 눈에 반해 '난 크면 탱크 조종사가 될거야'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그런 꿈을 한번 정도씩 가져 본 우리에겐 행복한 '추억 여행'이다. 거기에다 저자의 섬세함은
지식까지 더해지는 행복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