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의 전유물이다. 그로인해 역사에는 패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다. 배려가
없다는 말은 기술 자체에서 배재됨을 의미하고 불공평함이 여실히 보여진다. 그래서 지난 2000년
역사상 뛰어나고 용감하고 잔인하고 지혜로운 여성들에 대해 말하는 저자는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중국의 마지막 모계사회로 알려진 고대 종족인 모수오족의 이야기는 생경하다. 해발 2700미터의
지대에 거주하며 가장 가까운 도시가 차로 6시간 거리에 있는 오지인 이곳은 주혼(走婚, walking
marriage, 남자가 여자의 집을 밤마다 찾아서 걸어간다는 의미)이라는 문화적 관행으로 유명하다.
특이하게도 정치적 경제적인 힘은 남성이 갖지만 집안의 부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는 것은 가장인
여성이고, 재산과 부는 어머니가 죽으면 모계중심으로 상속된다. 이 지역 여성의 경우 집안
식구들이 평생 같이 살기 때문에 수입이나 사회적 지위 면에서 남성 파트너에게 기댈일이 없으며
이혼을 해도 전혀 수치가 아니고 돈이나 재산에 관련된 갈등도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바깥 세상의
영향으로 주혼 대신 남녀가 함께 사는 동거혼을 선택하는 비중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이다.
테레사 수녀의 수녀복을 보며 항상 의문이 들었던 부분이 있다. 다른 수녀들과의 달리 눈에 띄는
파란 줄 세개가 그려진 수녀복을 입고 있어서 왜 다를까 하는 의문을 가졌던 적이 여러번 있다.
특이하게 이 의복은 인도 최초로 상표등록이 되어 지적재산권의 인정받아 상업적 판매가 불가하다.
기존의 수녀복 대신 파란색 줄무늬가 있는 흰색 머리 수건에 흰색 튜닉을 걸쳤는데 이는 성모
마리아와 순수함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살짝 섞인 단순한 옷이지만 사실 이 색은 캘커타 거리를
청소하던 극빈층 여성들이 입는 사리(인도 전통 의상)색이기도 하다. 지금은 모든 '사랑의 선교
수녀회' 수녀가 입는 옷이 되었다. 사랑의 선교 수녀회는 1950년에 만들어졌으며 다른 수녀들이
테레사 수녀를 '마더 테레사'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사랑의 선교 수녀회 수녀들이
입는 사리는 30년 넘게 콜카타 교외에 있는 나병 환자 보금자리인 간디 프램 나바스 사람들이 매년
4000여벌의 사리를 직접 짜서 13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수녀들이 입고 있다.
일본 전사 하면 흔히 화려한 갑옷을 입고 전장을 누비는 남자 사무라이를 생각한다. 그러나 서기
200년 경에는 군대를 이끌고 공동체를 지키며 남자들과 함께 전장을 누비는 '온나부 게이샤'라는
여성 무사 집단이 존재했다. 온나부게이샤의 뿌리는 서기 3세기 진구 황후(神功 皇后)로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은 남성 보다 못하며 집안일이나 엄마로서의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던 시대에 이들은 봉건주의 사회 속에서 일본 귀족 무사 계급인 사무라이에 속해
있었다. 이들은 강하고, 과학과 문학까지 공부할 정도로 뛰어 났으며, '단토주추(단도술)'라는
전통 무술을 연마했고 '코 나기나타'라는 창 휘두르는 법을 배웠고 결혼 후 남편의 집에 들어 갈때
좁은 장소에서 자신을 방어하거나 할복을 할 때 쓰이는 '카이켄'이라는 단검을 소지하기도 했다.
일본 최초의 진정한 장군이라는 호칭을 받은 토모에 고젠이나 '조시타이'라는 별칭의 군대를
이끌었던 일본의 마지막 위대한 여전사라고 불리는 나카노 다케코를 비롯하여 수 많은
온나부게이샤들이 전장에서 영웅처럼 전투에 임했다. 철저한 남성우월주의 사회인 일본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은 끊이지 않고 나타난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다양한 여성들의 위대한 업적이 기술되어 있다. 역사가 공평했더라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높이 평가 받아야 할 많은 여성들이 존재 한다는 사실에 '역사는 철저히
승자의 편이다'라는 말이 다시금 생각나고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