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또다른 인생의 한 자락을 써 내려가는 출발점이 갱년기인데
상대하기가 여간 어려운것이 아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1호 환자로 그리고 자신이 직접 갱년기를 겪어
본 저자의 이야기에 더 귀가 기울여 진다.
누가 말만 걸어도 짜증이 나고, 기억력과 집중력은 바닥을 치고, 얼굴은 붉게 물들고, 몸은 죽도록 아픈데
보기에는 멀쩡하여 꾀병 같아 보이고, 이유없이 슬퍼지고, 감정 기복이 들쭉날쭉하고, 체중은 자꾸
증가하고, 소화도 안되고......그 증상은 정말 다양한데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증상이 전부 오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넘어가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100명의 여자 100가지 갱년기'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 대표적인 증상이 '폐경'이다. 평균적인 폐경 나이가 49세인 이 현상은 질병이 아니다. 의무를
다한 여성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호르몬이 줄어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폐경'(閉經, 월경이 닫힌다)이라는 단어 보다, 자궁이 기능을 다해 폐업하는 것이 아니라 30년 넘게
달려온 월경이라는 레이스를 드디어 완주한 것이라는 완경(完經)이 더 어울린다고 설명한다.
갱년기는 신(腎) 기능이 쇠퇴하면서 인체의 저항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는 타이밍이다. 난소 기능 저하
하나가 아닌 몸 전체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갱년기에 좋다고 알려진 대부분 의학적 검증이 완벽하지
않은 석류즙과 칡즙, 콩과 같은 대체 식품만 먹다가는 오히려 다른 부작용에 노출되기 쉽다. 갱년기
치료는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가 아닌 호르몬 없이도 살 수 있는 몸을 만드는 치료를 해야 한다.
40대에 들어서면 호르몬 감소로 인해 지방 분해력이 떨어져 쉽게 살이 찐다. 여기에 몸에 노폐물이 많이
쌓여 몸속을 순환하는 진액이 탁해져서 어지럼증과 두통의 원인이 되는 담음증(수분대사장애)까지
더해지면 체중이 급격하게 불어난다. 흔히 말하는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말이 현실이 된다. 하수구가
막히면 물이 고여 썩는 것처럼 담음증으로 대사에 문제가 생기면 몸이 갑자기 붓거나, 배변이 원활하지
않고, 몸이 젖은 솜처럼 무겁고, 걷기만 해도 숨이 차는 증상들이 나타난다. 평생을 다이어트를 옆에
두고 살지만 특별히 갱년기 다이어트는 규칙적인 식생활 패턴과 충분한 수면 시간 확보를 통해
자율신경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갱년기 식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규칙적인 소식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무조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강조한다.
갱년기가 고통스럽다는 것은 인생을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증거이다. 미처 나 자신의 몸을
돌아 볼 겨를도 없이 달려온 세월의 흔적이 갱년기다. 그리고 갱년기는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기 위한
'하프타임( Half Time)이다. 운동 선수가 하프타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떠라 후반전이 달라지듯이
인생에서도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후반전의 양상이 달라진다. 갱년기가 되었으니 의욕이나
열정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인식하고 지친 몸을 보듬고 아끼고 사랑해 주자는 것이다. 이제는
속도를 조금 줄여야 할 때이다. 지금껏 우리는 충분히 열심히 살아왔다. 저자는 이런 우리의 시기를
'가을'에 비유하며 풍요롭게 결실을 맺기 시작하는 이 시기를 만끽하자고 말한다. 그렇다 지금 우린
최고의 결실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