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백년지대계(白年之大計)라고 말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늘 제자리 걸음이고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변화하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며 대안을 제시한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는 1968년부터 비영리 교육재단인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에서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는 국제 표준 교육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은 초등교과과정 PYP(Primary Years Program, 3-12세), 중등교과과정 MYP
(Middle Years Program, 11-16세), 고등교과과정 DP(Diploma Program, 16-19세), 직업계교육과정 CP
(Career Program, 16-19세)로 구성되어 있다. 각 프로그램의 목적은 학생들의 전인적 행복, 책임 있는
행동 , 세계에 대한 이해와 참여, 미래에 대한 준비및 국제적 마인드를 배양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어지간한 학교 교육의 목표및 역량에서 볼 수 있는 문구다. 우리도 오래전부터 전인적 교육을
외쳤고,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을 육성한다고 했고, 세계적인 가치관을 통해 범세계적인
유능한 인재를 길러 낸다고 했고, 미래지향적 가치관을 함양한다고 했지만 실상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그대로다. 각 교육 과정을 설명하는 글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적절한'인데 사실 이 단어가
굉장히 모호한 의미를 가진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에 적절함의 범위가 혼돈스럽다. 우리는 지금
초학력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대는 창의성과 혁신적인 사고 역량을 필요로 하는데 저자의 지적대로
지금의 수동적이고 주입식인 교육으로는 불가능하다.
강의 위주의 교수법이 진행되고, 문제집을 풀며 정답을 찾아가기 바쁜 교실에서 길러진 우리 아이들은
정답 바깥을 탐색하고 상상해보는 위험이나 실패를 무릅쓰지 않는다. 창의적 인재는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보려는 사람인데 우리의 학교는 '어떻게' 정답을 찾을지 보다 '무엇을 외우라'고
주입하기에 급급하다. 이유는 분명하다. 눈 앞에 놓인 '입시' 혹은 '진학'이라는 벽이 너무 높다.
여기에 반해 IB는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도록 유도하고 토론과 발표를 통한 의사소통과 협업을 토대로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방식이다. 다양한 질의 응답을 통해 창의성을 발휘한 대답을 도출해 내고, 시험
점수 보다는 수업 활동 자체를 평가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춘 수업이다. 인간이 의미를
만드는 과정은 기존에 자신이 알고 있던 개념과 새로운 경험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아가는 것이며,
학생 스스로가 이 욕구가 생긴다면 요즘 우리가 그렇게 원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과정 하나를 발견했다. STEM 교육이라 명명되는 통합적 교육 방법인데 STE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eth)을 줄인 말로 통합적 교육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STEM 교육에 예술 영역(Art)을 추가한 STEAM을 운영하고 있고 이를 융합인재
교육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실 잘 모르겠다. 정말 그런 교육을 하고 있는지. 실제로 2018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 교육과정을 수행하고 있는 학교는 1% 미만이다.
IB 교육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있는 국제 학교 학생들의 인터뷰는 많은 것을 전해준다. 그들이 장점으로
꼽은 것은 '배움의 깊이'다. 기본적인 암기와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과 연결지어 비판적 사고를 하게
되므로 충분히 생각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기회가 된다. 또한 이들이 꼽은 '유일한 단점'은 배움의 양과
폭이 깊은 것과 수행 평가가 내신에 들어가다 보니 늘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특별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단순한 암기와 정답 찾기가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이해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의미하는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방법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타당성 있는 대안은 된다는 생각이 든다. 배움의 목적이 지식의 습득이 아닌
배움을 통한 성장이 맞다면 우리는 어쩌면 가장 근접한 정답과 마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