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소자와 1000조 개의 시냅스(synapse)로 구성된 '복잡계(complex
system)'이고 생각이나 마음은 여기에서 나오는 활동 산물이며 이는 복잡한 구성 요소들이 의외의
질서를 나타내는 개념을 일컫는 복잡계의 창발성에 의해 이루어 진다. 복잡계는 평형 상태로 있을
때는 단순하고 안정적이지만 복잡성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면 파국을 맞이하는데 이를
'X이밴트'라고 한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이기적이고도 합리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프린스턴 대학의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인간의 행동과 생각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으며 다분히 편의적이고, 즉흥적이며,
충동적이라고 주장한다. 특별히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데 한계를 보이게 되고 이럴 경우에는
합리적인 사고가 아니라 주관적이고 편향된 사고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된다. 인간이 재화에서
추구하는 것은 효용 가치가 아니라 심리적 가치이며 불확실성 속에서 내려지는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은 불확실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인지적 오류가 합리적 의사 결정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불확실성 속에서 판단을 내릴 때 확률이나 효용 극대화 이론을 동원하여 복잡한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 법칙에 비추어 어림짐작과 같은 지름길을 선택하는데 이를 '인지적 오류(cognitive
errors)'를 범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이지 않고, 언제나 감정적이고 충동적이지도
않다.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 'Person'은 그리스어 'Persona'에서 유래되었고 그 뜻은 '가면'이다. 즉 인간은
가면을 쓴 존재라는 것이다. 가면을 쓰면 악한 존재가 되고 가면을 벗으면 선한 존재가 된다. 혹 그 반대
일 수도 있고 이중적 인간, 이중적인 인격을 가진 존재를 '도플갱어(doppelgänger)'라고 부른다. 이는
인간의 본성 속에 숨어 있는 이중성을 상징하는 상상의 존재이다. 우리가 잘 아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처럼 말이다. 누구든 선한 면과 악한 면은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이 표출되느냐 감추어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프레임(frame). 프레임은 '창틀' 정도의 의미로 바라보는 창에 따라 세상이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며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오래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논란이 그랬다.
분명 불륜이지만 많은 여성들에게는 아름다운 로맨스로 비춰졌고 실제 '나도 그런 사랑을 해 보고 싶다'는
의견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단 4일의 사랑이었지만 그 사랑을 못 잊어 20년동안 남자가 떠난 빈 자리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생각한다. 프레임은 열반경에 나오는 'elephant'와 같다. 장님들이 코끼리의 어느
부위를 만지느냐에 따라 각자의 코끼리의 모양이 결정되는 것처럼 세상과 상대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진리도 이와 같아서 자신만의 시각, 자신만의 프레임에 갇히면 진리에
이르기 어렵다. 그래서 종교나 정치적 프레임에 빠지면 무서운 것이다. '종교는 아편이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군중은 무지한가? 무지라기 보다는 분자화되어 수동적인 존재가 군중이다. 군중은 변덕스럽다. 이성이
숨어버린 자리를 무의식이 대신한다. 그리고 군중은 여성화된다. 누군가 나를 이끌어줄 강력한 암시자를
기대한다. 이점을 정말 교묘하게 이용한 인물이 히틀러다. 선동의 천재였던 괴멜스의 도움을 받아 위엄있는
태도와 확신에 찬 간결한 언어로 암시적인 연설을 하는 그는 정말 매력적이다.(영화 독재자에서 찰리
채플린이 연기한 모습을 보며 홀딱 반했었다). 사람들은 다수를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혼자라는 불안감은 맹목적으로 다수의 길을 따르고 그렇게 집단화되고 새력화된다. 마키아벨리는 이에
대해 '군중이 모이면 여성화되고 이성이 아닌 감성이 지배하게 되어 단순해지고 과격해진다'고 말하며
집단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이 책 한 권으로 심리학의 이론에 대한 겉핥기는 마친것 같고 '되먹임 현상', '확증편향', 애블린 패러독스',
'리비도', '마인드 버그', '인지부조화' 등등의 이론들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배워볼까 싶은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