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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블록
키스 스튜어트 지음, 권가비 옮김 / 달의시간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영국의 평범한 한 가정. 자폐아인 8살 아들 샘과 아빠 알렉스의 서로의 간격을 좁히고 이해하고
그러면서 갈등을 겪는 이야기가 이 책에 가득하다.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고 부인으로부터
시험 별거를 요구받고 아들인 샘과는 간극의 폭이 여전히 벌어져 있는 알렉스, 설상 가상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죽은 형이 꿈에 나타나고 10년 만에 찾아온 여동생은 혼돈 그 자체다.
이 책은 '내가 별거 중이라니....'라는 글로 시작된다. 여기에 참 많은 것이 내포된다. 아직 자신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안된 상태이기도 하고, 현실이 믿기지 않는 의문의 표현이기도 하고,
부정하고 싶은 현실에 대한 강한 거부를 표현하는 듯 하기도 하고, 아무튼 한 문장이 참 많은 의미를
지니고 묘한 기대감을 갖게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런것 같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과정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고 그 과정들 속에 우리들은 그렇게 살아 가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자폐를 가진 샘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모험이래요.
산책이 아니라. 그래서 그렇게 힘든 거래요' 그렇다. 인생은 분명 모험이다. 그것도 수없이 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존재하는 그런 모험이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소통'
어린 시절 형 조지의 교통 사고를 목격 한 이후 그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폐를 가진 아들을 규칙이라는
틀 안에 두고 통제함으로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알렉스가 친구의 조언으로 샘이 좋아 하는
게임인 '마인 크래프트'를 준비한다. 그리고 여기에 호응이라도 하는듯 샘은 아빠를 부른다. '이리와
아빠'. 사실 여기서부터 서로간의 벽과 담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샘은 아빠의 그런 접근을
기다리고 있었을 수도 있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행복해지려고 노력하지 않고 모두가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생각은 하지만 그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사람이 적은 것 처럼 알렉스도 샘과의 관계를
개선해 보려고 생각은 했지만 그냥 생각 뿐이었다. 소통이 이런 것이다. 조금씩 동화되어 가고
익숙해지며 친밀해 지는 것이다. 자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고 조금 더 이해하려는
마음이 소통의 시작이다. 자신의 모험에서 샘을 장애물로, 회피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던 알렉스의 생각이
바뀌면서 샘과의 소통은 이어진다. 아이는 아빠와 소통하고 싶어 하지만 두렵기도 하고 방법을 모른다.
아빠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의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외면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시작된 단절이
서로간의 절충점인 '마인 크레프트'라는 게임을 통해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허물어 지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아빠는 아이를 이해하고 그대로 인정하고 아이는 아빠를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에서 신뢰와
믿음의 대상으로 받아들인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라 그런지 사실적 묘사가 돋보인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인정한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이지만 이 책은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과 행복을 알려진다.
그래서 이 말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대단히 중요한 일이야. 알렉스, 네가 할 일은 네 아들을 이해하는
일이야'. 순수하게 노는 방법을 잃어 버린 어른이 순진무구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걱정과 근심을
내려 놓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세상과 접하며 아이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내용이 담긴
이 책은 가슴 한켠에서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