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 - 똑똑한 여자의 우아한 재테크
윤보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3월

이 책을 대하기 전 미술품 경매는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회사를 통해 거래되는 고가의 상품들로

나와는 무관한 세계로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미술에 대한 지식도 없거니와 미술품을 보는

안목마저 없는지라 당연히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저자는 예술 작품에 투자하는 재테크, 즉 '아트 테크'의 장점을 적금보다 즐겁고, 주식보다 안전하고,

부동산 보다 수익률이 높다고 설명한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도 시작이 가능하고 부동산 거래에 붙는

'세금'이라는 복병을 피할 수 있고, 주식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종이 조각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을

가지지만 미술작품은 훼손하거나 분실하지만 않는다면 영원히 내 것이 된다는 특수성 마저 가진다.

물론 아트 테크가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일확천금을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가능케 하는 고수익 저위험 재테크이다. 

부동산 시장이 매수인, 매도인, 중개업자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돌아가듯이, 미술시장 역시 작가,

컬렉터, 아트딜러를 축으로 움직인다. 미술 시장의 거래 대상은 작품이고 이 작품을 공급하는 작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을 소장하려는 컬랙터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그 작품을

소장하려는 이가 없으면 작가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고 그 작품은 자기 만족에 그친다.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해 주는 아트딜러가 필요하다. 미술 시장의 쇼핑 호스트인 아트딜러는 갤러리스트, 아트컨설던트,

화상이라고 불리는데 이들은 단순히 미술 작품의 유통에만 관여하지 않고 작가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작가의 성장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미술계에서는 '최고의 딜러가 결국 최고의 작가를

만든다'는 말이 회자 될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은 크다. 

'미술 작품의 가치를 말해주는 지표는 단 하나이다. 작품이 판매되는 현장이다'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 프랑스 인상파 화가)의 말처럼 미술작품은 독특한 가격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보통 미술 작품의 가격은 작품의 완성도, 작가의 대한 평가, 작품의 소장 내력(provenance)및

전시 이력을 고려해서 결정하는데 혹 해당국의 경제 성장 전망이 고려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작품의 크기와

가격이 정비례 관계를 형성하는 '호당 가격제'는 이제 옛날이 되었고 최근 국제 미술 시장에서는 작품의

크기가 아닌 가치를 작품에 반영하는 '작품당 가격제'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다. 

저자는 친절하게 추천 소장 기간을 알려준다. 100만원대 작품은 최소 20년, 200-300만원대의 작품은 최소

10-20년, 500만원대의 작품은 최소 5-10년, 1000만원대의 작품은 최소 3-5년이다. 구입 가격이 낮은

작품일수록 추천 소장 기간이 긴 이유는 시장에서 그 작품이 알려지고 수요가 늘어나는데 시간이 걸리고

리세일 주기를 최소 2-3번 거쳐야 수익률 측면에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미술 작품은 묵히면

묵힐 수록 돈이 된다'는 미술 투자의 정석이다. 

옷을 살 때 후회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100% 마음에 드는 옷이 나타날 때까지 절대 사지 않는 것이다.

미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성급하게 구매하지 마라. 시간을 투자해야 좋은 컬렉션을 가질 수 있다.'는

슈퍼컬렉터인 엘리 브로드(Eli Broad)의 말은 꼭 기억해야 한다. 작가에 대해 공부하고, 전문가에게

계속 묻고, 자신에게 '왜 이 작품을 꼭 사야 하는지' 묻는 검증의 과정을 충분히 거친 후 구매해야

후회가 없다. 

가치 있는 미술 작품을 찾는 일은 설레는 일이다. 단지 투자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장의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품과 친해지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작품을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끊임없이 보고 듣고를 반복해야 좋은 작품을 골라 낼 수 있다. 역시 뭐든 쉬운것은

없고 공짜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