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하다. 2020년 벽두부터 시작된 우한발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회가 마비되고 모두가 고통과 불편을
겪고 있는 지금 이 책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이미 2016년에 출간된 책이다.
바이러스는 항상 존재해 왔는데 이번은 조금 더 강력한 것인가 싶다가도 예전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
통계를 보면 그나마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메르스는 치사율이 39%에
가까웠고 사스 역시 10%대의 치사율을 보였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약 2-4%의 치사율을 예측하고
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Taleb)의 저서인 '블랙스완'은 우리가 가졌던 일반화의 오류에
대한 저격이었다. 그 이전까지 우리는 어느 누구도 '까만 백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선장에 의해 발견된 검은 깃털을 가진 백조(이 말 자체가
어울리지만)가 발견됨으로 서구인들에게는 기존 관념과 편견을 뒤엎는 엄청난 사고의 혼란과
충격이었다. 블랙 스완은 과거 경험자의 관측값 영역을 벗어난 범위에 놓여 있어서 매우 예외적이고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지만(희귀성)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고(엄청난 충격
파장),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소급하여 예견할 수 있는(예견의 소급 적용) 속성을 가지고 이를 'X 이벤트'
(Extreme Event)라고 부른다. 이는 메르스 사태 때 그대로 증명되었다. 누구도 왜 중동에서 그것도
낙타를 매개로 해서 전염된다고 예측하지 못했고 '설마 우리나라에도 들어 오겠어'라는 안이한 생각과
대처가 중동을 방문하고 들어 온 한 명의 확진자에 의해 국내에 유입 발생한 '블랙 스완' 현상이
벌어졌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99.9% 이상은 우리 인간과 아무런 상관 없이 서식한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사람이 아닌 다른 숙주에 서식하며 살아간다. 사람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을 유발하여
고통스럽게 만드는 나쁜 바이러스가 있는가 하면 우리 몸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침투할 때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즉 면역을 우리 몸에 부여하는 백신으로 사용하는 착한 바이러스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세포에 감염되고, 세포 속에서 후손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데 하루면
충분하다. 바이러스가 숙주 몸속에서 일단 정착을 시작하게 되면 숙주 면역계의 공격과 같은 험악한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바이러스가 진화하는게 아니라 바이러스 유전자가 진화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자연숙주'라는 정해진 서식지에서 살아간다. 거기서 숙주에 큰 위해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 즉 숙주의 면역체계라는 무기가 무리하게 작동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번식하고 숙주 역시
무리하게 바이러스를 제거하지 않으려는 공생의 관계가 형성된다.
바이러스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인간이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바이러스
역시 안정기를 맞이하며 인간 세계의 주연으로 등장하게 된다. 정착 생활을 하게 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농경 생활에 필요한 가축들과의 직접적 접촉이 빈번해 지면서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좋은 푸시&풀 여건을 충족시켰다. 이후 우리에게 '마마'로 불렸던 천연두는 1980년 천연두 근절이
선언되기까지 최대 5억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수천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바이러스들이
생성돼서 소멸되기를 반복했는데 일부 바이러스들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인류의 생존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다. 1918년에 출현해서
단 1년동안 50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은 악명이 높다. 20세기 후반 이후 최악의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밀림지역 침팬지로부터 사람에게 넘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고 면역 세포 속에
숨어 지낼뿐만 아니라 수시로 바이러스의 껍데기를 바꾸는 영악한 녀석인 에이즈 바이러스인데
1980년대 이후 7000만명 이상이 감염 되었고 그 중 4000만명 가까이 사망했다. 인류가 문명 생활을
시작하면서 끊임 없이 수많은 바이러스들에 의해 고통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은 그냥 그 악마를 피하는게
상책이었다. 바이러스의 존재를 인식하며 그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20년 정도에 그친다.
지금 이 순간 지구촌 어딘가에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있는지도
른다. 그 중 상당 수는 그 지역에서 유행하다가 찻잔 속의 태풍처럼 사라질것이고, 일부 바이러스는
지역사회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 될 것이다. 우리 생활 반경이 넓어지고 빨라질수록 전염병의 확산도
빨라진다. 이번 코로나19 처럼 말이다. 이때 우리는 가장 소극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방법인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등과 같은 개인 위생에 철저해져야 한다. 어디서든지 손 씻기와 같은 개인위생만
잘 지켜도 손에 묻은 병원균의 80%이상이 소멸되고 감염 위험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속히 코로나19 라는
사회적 공포에서 벗어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