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페이지 예술가의 일기장 1
서자현 지음 / 작가와비평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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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앓이' 경험한 중년 작가라는 구절이 자꾸 눈에 밟힌다. 중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예사롭지 않다. 무언가 책임져야하고 무언가 앞장서야하며 결정적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것들에

허덕이며 겨우겨우 버티기에 돌입한 안타까운 인생을 총칭하는 듯한 '중년'


'쉬운건 없다. 다만 피곤할 '

세상사 쉬운게 어디있을까? 어느것 하나 쉽지 않고 어느것 하나 만만한게 없는 것이 인생인데 늦은

나이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보이며 도전하는 저자의 모습은 보기 좋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적기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실상 이론 속의 말일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이미 늦은 것이 현실인 상황 앞에 저자는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걸음을 옮기며 힘이

되어주는 옆지기, 지인, 가족들에게 책을 통해 감사를 전한다. 


저자는 반복의 지루함과 처절함을 말한다. 어쩌면 대부분 중년의 그들 모두의 마음일수도 있다.

몇십년을 반복해온 일상의 지루함, 거기서 오는 회의와 매너리즘, 권태, 우울등은 '중년의 위기'

가져오고 많은 중년들에게 아픔을 준다. 그런면에서 저자의 도전과 열정은 부러울 뿐이다. 

물론 우리에게 행복만 있지는 않다. 불안한 시대, 불안한 생각, 불안한 외로움으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의 불안은 어느 누구도 피해갈수 없는 현실이고 인생이고 현실은 언제나 우리의 밑까지

쫓아와 우리를 압박하고 짖누른다. 그럼에도 중년은 해야 하는 것들과 피곤함 사이에서 갈등하며

고민한다. 중년은 '관계맺기' 서툴다. 아니 소극적이다. 그만큼 살아왔기에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감정의 골과 이해의 폭을 동시에 가지기에 마주함이 쉽지 않고 그저 머뭇거린다. 머뭇거림으로 기회를

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극적이고 미온적이다. 이해하는 깊이에 따라 관계도

결정되는 것임을 알지만 이해함에도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머뭇거린다. 가치라는 것은 고통스러움이

따르기에 그만큼 귀하고 어렵다. 그래서 중년은 관계맺기에 서툴다. 


아티스트에게 일상의 기록은 그리는 뿐만 아니라 내리는 모든 기록이 하루의 창작이고 여기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책의 제목인 '163페이지' 성장이 멈춘 저자의 키인 163cm 다양한

자신의 삶이 녹아 있는 163 간의 기록을 적어 놓은 것들이다. 변하지 않는 키의 상징성은 인간 육체의

한계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렇게 벗어나려고 애썼던 사회적 틀과 여러가지 모양과 속에 존재하는

견고한 자아이다. 그리고 자아를 둘러싼 여러 상황들 속에 가족의 사랑을 깨닫고 적어가는 저자의

기록이며 종교적 섬세함의 표현이다. 그런 그의 종교적 결론은 이것이다. '사랑 없을 때도,

사랑할 대상이 아닐때도 더욱 사랑해야 하는 '


어쩌면 저자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 발버둥치면 묵묵히 자기 길을 걷고 있는 것이며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숙제이지만 어떻게든 풀어 보려 애쓰고 매달리는 것이다. 그런 그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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