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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이 보이는 회계 이야기 - 회계의 탄생부터 이론, 재무제표 속 회계용어를 한 권으로 읽는다
구상수 지음 / 길벗 / 2019년 12월
평점 :
'회계'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저자는 회계학적 사고를 통해 기업의 재무재표 분석과 삶을
살아가는 경제 생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말하며 딱딱한 숫자 이야기가 아니고 역사,
인문, 사회를 연결해서 쉽고 익숙한 회계의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의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하지 못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은 현재와 과거와 미래에 대한 정확한 가치와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회계이다. 회계는 재무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재무회계와 세금을 계산하기 위한
세무회계, 조직의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회계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관리회계로
나뉜다. 기업은 재무, 세무, 관리회계를 통해 항상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한다.
회계는 재무상태를 파악한 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이것이 어떻게 변동해 가는지를 기록및 관리하는
일련의 작업이다. 기원전 2040년경 메소포타미아 우르 왕조의 재무상태표가 발견됐을 정도로 회계의
역사는 깊고, 13세기부터 복식부기를 사용했다는 이탈리아 상인들 보다 200년이나 앞선 11세기 부터
개성상인들은 '사개치부법'이라 불리는 복식부기를 사용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에 등장하는 그 개성상인이 선조로 부터 배운 복식부기를 그들에게 알려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이 책은 회계에 대한 기초부터 고급까지를 망라한다. 그동안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에 배울 생각
조차 하지 않았던 복식부기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왜 진작 배우려고 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마저 가질
정도로 쉽다. 차변은 받을 돈(자산)이고 대변은 갚을 돈(부채)이라는 파치올리의 도식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차변을 굳이 왼쪽에 두는 이유는 대부분 시계를 왼쪽에 차는 오른손 잡이의 습관처럼
자금의 흐름이 오른쪽(대변)에서 시작(조달)해서 왼쪽(차변)으로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러워서 일거라는
저자의 설명이 쉽게 수긍이 간다.
또한 하나의 상품이라 하더라도 그 쓰임새에 따라 회계처리가 달라진다는 대목은 눈길을 끈다. 예를 들면
닭이라는 상품이 회사가 식용으로 판매하기 위해 보유한 것이면 재고자산, 달걀이라는 수확물을 얻기
위해 보유한 것이면 생물자산, 동물원 등에서 입장 수익을 얻기 위해 보유한 것이면 유형자산으로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 역시 회계는 어렵다. 친절한 설명으로 조금은 이해하는 가 싶었는데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다.
회계는 차변과 대변의 평형(균형)을 추구한다. 그리고 복식부기는 대차평형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 삶도 비슷하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은 그의 저서 '우리는
사랑일꺼'에서 다변하고 급변하는 우리의 모순적인 마음을 차변과 대변에 비유하며 친절하게 설명하고
우리의 삶에도 평형(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차의 균형을 요구하는 회계학적 사고는 인생을 보다
균형적으로 살기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될것이며 균형을 요구하는 판단과 결정의 순간에 유용한 수단이
될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이것을 '진리의 대차 균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어렵다. 비록 저자가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친절을 베풀지만 사실 여전히 어렵다. 그런데
또 읽어보면 술술 읽혀진다. 이 말은 우리가 굳이 회계사가 되거나 회계관련 업무를 할것이 아니기에
암기를 하거나 완벽한 이해를 요구하지 않고 그냥 읽으면 된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상황적 요구를
알기에 친절하게도 무수한 예와 첨언들을 통해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경제활동가들이 꼭 한번 읽어 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을 적어 본다.
'인간은 회계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반성함으로써 종교의 영역에서 계속 머물 계기를 찾듯이,
기업들은 회계를 통해 과거의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존속할 동력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