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 가게에 갈까? - 헬싱키 중고 가게, 빈티지 상점, 벼룩시장에서 찾은 소비와 환경의 의미
박현선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11월

공감(共感,sympathy).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현상을 말하는데

저자의 감정을 표현하는 여러 단어 중 특히나 마음에 와닿는 단어이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참 행복한 감정인데 저자는 핀란드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서 '공감'을 찾는다. 

우리는 버리는데 익숙하고, 쟁여 놓는데 능숙하다. 모두 과한 소비 심리에서 기인하는 것인데

꼭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선뜻 지갑을 열어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다 보니 집안 구석구석에 이런

쓰레기(몇 년이 지나도 사용하지 않는)들이 숨겨져 있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버리는 것이 많아 질 수 밖에

없다. 이런 불편한 진실 앞에 저자는 자신의 삶을 통해 체험한 핀란드 사람들의 아껴쓰고 나눠쓰는 모습에

'공감'을 표하는 것이다. '필요하지 않다고 버리기 보다는 그런 재료와 물건을 중고 가게를 통해 필요한

이에게 양도하는 활동이 더욱 활발해져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오래된 새 것'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퇴근 후 자신의 어릴적 꿈이 담겨 있는 가게 '깔리오 세컨드핸드' 야따의

가게에서 볼 수 있는 상품들을 지칭하는 말인데 우리도 각자의 집에 '오래된 새 것'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문제는 오래된 새 것을 쌓아 두고 그냥 묵혀서 그냥 '오래된 것'으로 만드느냐와 필요한 이에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비록 오래는 되었지만 얼마든지 사용 가능한 새것으로 만드느냐는 차이인 것이다.

저자가 경험하는 핀란드의 중고 문화는 '특별함'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다. 뭔가 특별하게 준비하고

생각하고 고심 끝에 내어 놓는 그것이 아니라 오래된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있는 삶이기에

숨쉬는 것처럼 익숙하고 편하다. 

이런 편안함은 번쩍번쩍 화려한 대형 쇼핑몰 안에 당당히 입점해 있는 중고가게 '베스티스'에서도 느낄 수

있다. 명품과 화려함으로 가득찬 대형 쇼핑몰에 중고 물건을 파는 가게가 들어 있다는 것은 '격'을 떨어

뜨리는 일이라고 반색을 표할 일인데 핀란드의 중고 문화에선 오히려 이것이 자연스럽다. 

책을 읽으며 예전에 가끔 들르던 '황학동 시장'이 생각났다. 없는 것 빼고는 다있다는 그곳에서 별의별

신기한 물건들을 보며 탄성을 지르기도 했고 싼게 비지떡이라고 사온지 하루만에 고장이 나 못쓰게 된

물건도 있었고 시중 대형 서점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원서를 막 굴러다니는 책 더미 속에서 발견한 적도

있있다. 이때 천원에 산 기름 라이터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애연가인 친구가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청계천 복개와 주변 개발로 장소를 옮겼지만 황학동 시장은 여전히 나의 마음 속 아지트 중 하나이다.

저자가 핀란드에서 만나 본 벼룩 시장이 이와 같지 않을까 한다. 

재활용과 재사용은 쉬운 소비와 더 쉬운 폐기 문화에 젖어 있는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흰 캔버스 천으로 만든 에코백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가진 가방을 오래도록 쓰는 것이 진정한

에코백이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담긴다.

우린 너무 쉽게 쓰고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