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y go low, We go high' (Michelle Obama)
말에는 힘이 있다. 찰리 채플린이 열연했던 영화 '독재자'에서 히틀러로 분한 그의 연설은
가히 충격적이다. 독일어 특유의 강한 억양과 손을 이용한 액션과 음의 높낮이 등은 히틀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의 사람이라면 홀딱 반해버릴 만큼 강렬하다. 뿐인가. '킹스 스피치'에서 콜린
파스가 맡아 열연한 조지 6세의 연설은 그자체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다. 삶을 채우고
있던 내면의 충실함이 적재적소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우아하고 품격있는 강력한
한마디가 된다. 말은 곧 그 사람 자신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때와 적절한 말'
참 어렵고도 힘든 말이다. 적절하다는 말은 시와 때에 맞다는 말인데 이것을 구분하는 기준이 주관적이다
보니 그 때와 시에 정확한 기준이 없다. 동일한 행동도 이때는 맞지만 저때는 틀리고, 그때는 아니지만
지금은 맞는 아이러니함을 보인다. 차라리 정확한 기준이 있으면 좋으련만. 영어에서는 이것을 '타이밍
(timing)이라고 한다. 타이밍이란 '적절한 때'를 말한다. 귀 기울여야 할 때는 귀를 열어 듣고 말해야
할 때는 중용(中庸)에 나오는 무기탄(無忌憚)으로 해야 하는데 우리가 잘아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말하라고 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바로 그 말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그럴싸한
말로 꾸미고 치장해서 유창하게 고급진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때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중용의 대화하고 말한다. 적절한 말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말을 더듬는 사람처럼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적절함을 인(仁)에 비유한다.
'仁者其言也訒'
사람은 습관이 의해 행동하는 존재이다. 말도 행동도 마찬가지다. 어떤 말을 주로 하고 어떤 행동을
주로 하느냐는 평상시 그의 모습을 드러내는 척도이다. 평상시 하는 말도 습관이다. 그 말들이 모여
품격있는 사람을 만든다.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즐겁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곱가지의 감정을 통해
사람들은 느끼고 표현하고 세상에 반응하는데 이 역시 습관에 의해 형성된 행동양식이 표현되는
것이다. 감정을 컨트롤하고 스스로 제어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 노력과 훈련의 결과이다. 깨진 독에
계속해서 물을 붓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깨진 부분을 고치거나 새것을 준비하는 것이 인생을 전환시키는
방법이다.
말은 마음의 표현이기에 진실함을 전제로 한다. 말을 꾸미려 노력하지 말고 차라리 진실함을 택하는
어리숙함이 좋다. 억지로 말하려 하지 않아도 진심은 통하고 마음은 움직인다.
내공이 있고 품격이 느껴지는 한마디는 '진실한 말'이다. 진실한 사람은 어떤 사람 앞에서도 당당하고
어떤 상황 앞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항상 스스로를 지키는 '중용의 도'를 보인다. 왜냐하면 '진심'이기
때문이다. 천년 고전에서 찾은 '우아한 승부사'는 어떠한 순간에도 진심을 말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