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 - 어른들을 위한 이상하고 부조리한 동화
김도언 지음, 하재욱 그림 / 문학세계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른들을 위한 이상하고 부조리한 동화'

발상이 재미있다. 아니, 어쩌면 어른 동화이다. 어른들이 읽는 동화라는 말이 어색하긴 하지만

만화책도 보는데 동화책쯤이야 라는 생각으로 책을 마주한다. 


장부터 강렬하다. '사색하는 물푸레 나무'라는 제목을 가진 장은 삽자루가 되어야 하는 운명을

가진 나무 이야기이다. 자신의 운명을 안타까워하며 다른 이들의 운명을 부러워하지만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나무의 사색은 우리네 삶이다. 수저를 말하기 이전부터 우리에게 존재한 '차이'

도저히 극복이 안된다. 받아들이고 순응해야하는 숙명과도 같다. 그래도 나무는 끝까지 자존심을

지킨다.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해야 하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나무는 자존심마저도 우습게

내던지는 우리보다 나은 존재이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함부로 그것을 채워주려 해서는 안돼.'

그냥 놔두면 좋겠다. 도와 달라고 말할 까지 그냥 내버려 두면 좋겠는데 우리의 오지랖은 꼴을

못본다. 어떻게든 참견하고 개입해서 뭔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자기만족 때문에, 자기위로 때문에

상실의 아픔을 겪는 이의 마음과 정신을 황폐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위로'라고 말한다. 쓸데없는

참견이고 오지랖이고 오버하는거다. 상실의 아픔, 그것도 자신이 가장 소중한 대상을 잃어 버린이에게는

그냥 함께 있어 주면 된다. 울면 같이 울면 되고, 침묵하면 같이 침묵하면 된다. 아마 순직한 소방관도

자신이 문제가 생기면 친구를 찾아가 보라고 이유도 그래서 일것이다. 물론 우리의 '부조리한 황홀'

다른 것을 상상한다. 


한눈에 반해버린 사랑이 있다. 나도 그랬다. 서울로 전학와서 혼자 지내야 하는 시기에 나에게도 금기된

사랑이 존재했다. 최소한 그때는 그게 사랑이었다. 이건 사람만 말할 있다. 오직 그만 보였고, 오직

그와 함께 있고 싶었고, 오직 그의 생각 뿐이었다. 비록 나이 차가 많이 나고 누구의 엄마이지만 그땐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성도 도덕도 윤리도 우리를 제어하지 못했다. 아마 여교사도 그랬던것 같다.

아이의 싱그러움과 신선함이 그리고 속에서 풋풋하게 풍기는 남자다움이 그를 사로 잡았을것 같다.

그래서 그는 당당하게 말한다. ' 아이를 사랑했다고' 나는 사랑을 인정하고 싶다. 최소한 순간만은

사랑이라고. 세상의 어떤 시선과 손가락질 앞에도 당당할 있는 유일한 무기인 '사랑' 했다고. 


저자는 우리의 감성이 메말랐고 상상력은 바닥을 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우리에게 '발칙한 동화'

통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일상의 비애와 무너진 성윤리를 비꼬듯이 자유분방한 성을

이야기하며 안에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금지된 '인가 '누리는 '인가에 대한 결정은 오롯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어느 쪽을 선택하던 그게 답이다. 그렇게 살면 된다. 7편의 동화는 다른듯 같은

작품이고 글들은 섬세하고 예리한 하재욱의 그림으로 빛을 한다.

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