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되 올바로 미치고, 오래 미쳐야 한다. P39
성실은 사물의 시작이요 또한 끝이다. P80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별히 자신의 친구를 존경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여기 세 분은
서로를 존경하는 친구다. 평생을 같은 길을 걸어 왔고 각자가 자신의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들이기에
반목했을만도 시기했을만도 한데 이 분들은 함께 같은 곳을 보며 서로를 위하며 사셨기에 우리는
그분들을 감히 '철학 삼총사'라고 부른다. 띠지에 적힌 글처럼 '정신적으로 빈곤했던 시절 세 분은
저희에게 큰 선물이셨습니다'라는 말에 어울리게 사신 세 분의 글이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기대하며
읽어 나간다.
역시 김형석 교수님(용서하시라. 은사님이기에 존칭을 사용함을)의 첫 글은 예상대로 '사랑'이다. 예전에도
그러셨다. 철학 수업 중에도 '사랑'을 빼놓지 않으셨다. 사랑전도사를 자처하시면서 사랑에 대해
말씀하시던 교수님의 모습이 생각난다. 평소에 말씀하시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다. '이기적이어서는
안되고 귀하고 아름답게 생각해야 하며 희생해야 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줄 때에는 아깝지 않다. 주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사랑할수록 더 주고 싶은 것이다. 줌으로써 더 풍성해 지는 것 이것이 사랑이다. 이렇기에
사랑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극히 정상적인 삶의 본질이고 우리 모두가 선택하고 실천해야 할 인생의
도리이다. 예수님의 사랑이 이렇다. 그분은 철저히 이타적이셨으며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셨으며 자신을 죽음으로 내 몰기까지 그렇게 사랑하셨다. 그 분이 보이신 삶이 사랑의 본질이었고
전부였으며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도 이와 같이 행하라'
세 분의 글은 언제 읽어도 좋다. 깊이는 물론이고 행간을 넘나드는 촌철은 절정이다. '고진감래'에 대한
글이 그렇다. 쓴것이 끝나면 단것이 온다는 의미로 어려움 뒤에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관용적
표현으로 많이 사용되는 사자성어인데 이를 거꾸로 놓으면 '단것이 다한 뒤에 쓴것이 온다'는 말이 된다.
인생은 그렇다. 늘 오르는 기쁨과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는 슬픔과 불행도 동반하는 것이다.
'행복지상주의'에 만연된 우리에게 내려감은 고통이고 모멸이며 삶의 지옥이지만 인생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공존하는 곳이다. 행복과 정상이 삶의 목적이 아니라 사는 동안 계속 성장하기 위한 노력과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나 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나는 꼭 네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어 줄 것을 부탁한다.'
어느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하는 말이다. 예수를 예수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그리스도로 안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기독교 신앙은 의외로 간단하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것이다. 믿는다는 것은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고 당당하다는 것이다. 예수의 복음이 부끄럽다면 분명 자신의 믿음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만약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면 우리는 세상 앞에 당당해야 하며 십자가 앞에 무릎 꿇게 된다.
죄인임을 고백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그 앞에 나아가야 한다. 세상이 뭐라고 해도 예수는 이 땅의
유일한 희망이다.

젊은 시절 어느 강연에서 들었던 안병욱 교수의 '말에 대하여'를 여기서 다시 만난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로 시작한 그 강연은 말에 대해 다음의 세 가지를 이야기 한다. 우리는 사람이고 사람은
말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는 '언즉인(言即人)', 말은 얼이고 그 속에 뜻이 있고 생각이 있고 정신이 있고
마음이 있다는 '언즉혼(言即魂), 말은 힘이기에 말은 사람을 움직이고 역사를 움직인다는 '언즉력
(言即力)이 그것이다. 진실의 말은 폐부를 찌르고 신념의 말은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말은 사람이고,
얼이고, 힘이기에 우리는 말을 갈고 닦고 다듬고 키우고 살려야 한다. 요즘같이 언어의 혼잡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 아닐까 싶다.
지금 세상은 혼란스럽고 혼돈이다.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실려 있는 세 분의 국회대담을 읽으며 거목들이
사라져 감이 안타까워졌다. 혀만 놀리고 지적 농담을 가장한 저급한 말장난이나 일삼는 협잡꾼들이 아닌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이 든든히 버티고 서 있으면서 잘못은 잘못이고 불의는 불의라고 말하며 바름을
위해서는 자신을 던질 줄 아는 그런 거목이 그립다.
세월이 많이 지난 글들이지만 여전히 반갑고 가슴이 뛴다. 이 책은 나의 동료들에게 권하고 싶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사역 현장에 같이 있었고 지금도 함께 사역하는 그들에게도 좋은 도전의 기회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