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것'으로 변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는 지금 살고 있는 지구가 나뿐 아니라 나의 후손과 미래
세대들이 살아가야 하는 곳이기에 그 절실함과 간절함은 더욱 절박해 진다. 편리성을 위해
사용되었던 수 많은 것들이 이제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황폐화시키는 주범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지금 우리는 '환경 호르몬에 포위 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일상, 삶, 건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기도 한다. 현재 인구 감소에 영향을 주는 원인 중 하나인 불임(실제로
가임 연령대 부부의 12%가 불임을 겪고 있다)도 환경 호르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서 일어나는
현상이며 남성의 경우 성기능 장애와 정자생성억제의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만병의
근원'으로 통하는 비만의 원인이기도 하다. 2002년 처음 제기된 이 이론은 비만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오베스겐(Obesegens)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는 비만 유발 환경 호르몬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오베스겐은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를 늘리거나 식욕을 증가시켜 지방 축적을 촉진시키고 신체의 칼로리 소모 능력을
낮추는 활동을 한다.
생물학자나 의료인에게 호르몬은 러시아 목각인형인 '마트료시카(matryoshka)와 같이 신비를 벗기기
위해 한꺼플을 벗기면 다시 한꺼플이 나오는 존재이다. 호르몬의 종류는 50여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호르몬을 조절하는 최상위 호르몬을 의미하는 황제호르몬(호감을 느끼는 도파민, 행동을
전달하는 세로토닌, 쾌감을 주는 엔도르핀, 숙면을 취하게 하는 멜라토닌..),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를
결정하는 성호르몬,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 대세로 떠오르는 갑상선 호르몬, 청춘호르몬-회춘호르몬으로
통하는 성장호르몬, 체중 조절에 관여하는 그렐린과 렙틴....등등이 있는데 이런 호르몬은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관장하여 과잉이나 부족시 당료병, 만성피로증후군, 불면증, 갑상선질환, 갱년기 증후군,
우울증, 불안, 고혈압, 비만 마저도 유발시킨다. 요즘 병원에서 많이 눈에 뜨이는 '내분비 내과'가 바로
이런 호르몬 관련 질병을 다루는 곳이다.
정상적인 호르몬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합성 혹은 자연 상태의 화학 물질인 환경호르몬은 1997년 일본
NHK의 '사이언스 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내분비계 장애 물질이라는 용어를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고
부를 수 있게 하기 위해 처음 사용됐다. 환경호르몬은 생체내 진짜 호르몬(여성, 남성, 성장호르몬등)과는
달리 쉽게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쌓여 호르몬 모방(mimic), 호르몬 차단(blocking), 호르몬
촉발(triggering)등을 통해 신체에 이상을 일으킨다.
더 큰 문제는 환경호르몬은 매우 낮은 노출량으로도 진짜 호르몬의 혼란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낮은 농도의 환경호르몬이 축적되어 '후성 유전(epigenetic inheritance)'을 통해 여러 세대를 걸쳐 점차
커지고 강력해 진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환경호르몬은 생태계 파괴에서도 그 힘을 발휘한다. 악어
농장 인근의 화학회사에서 배출 한 DDT와 디코폴등의 농약에 의한 호수 오염으로 악어가 몰살 되거나
암수가 바뀌는 변종이 발생하기도 했고 야생동물의 개체수의 감소와 성의 혼란등과 같이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들을 유발하는데 야생동물에는 파충류, 어류, 조류, 포유류등 대부분의 동물들이 포함된다.
이와같이 환경호르몬은 전 인류와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2012년
176종의 화학물질을 환경호르몬으로 지정했으나 실제로 강력한 규제를 펼치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세계야생기금 목록에 근거하여 67종의 환경호르몬이 지정되어 있다.
저자는 '사려 깊은 회피'라는 다소 우회적 방법을 제시하며 환경호르몬 노출 줄이는 법을 몇가지
소개하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플라스틱 용기는 'PE,PP,PET..'등의 제품 마크를 확인하여 사용하고
캔이나 통조림은 직접 가열하지 않으며 먹이사슬의 하부를 이루는 음식(곡물, 채소, 과일)을 가능하면
유기농으로 먹고, 일회용품 사용을 금하는 것 정도를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은 사실 조금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면 가능한 것들이다.
환경호르몬이 두려운 존재인 이유는 피해가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는 것이고, 적정하고 분명한 '안전
기준'이 없다는 것이며, 그 피해가 태아 어린이 임산부 노인과 같은 사회적 생물학적 약자들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실생활에서 환경 호르몬 노출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환경호르몬이
의식주 모든 부분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법 이외엔 뚜렷한
대안이 없는 형편이다. '아는게 힘이다'는 말처럼 보다 정확한 정보와 홍보를 통해 생활의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인것 같다. '호르몬을 바로 알면 건강해지고 건강해지려면
호르몬의 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더욱 깊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