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처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보이지 않는 폭력이라고 말하는 '감정폭력'은 그 형태가 교묘하고 일상적이라는 이유로 과소평가되는게
현실이다. 정신적 폭력은 이미 사회적으로 만연하다는 이유로 별일 아닌 일로 여겨지며 이를 통한
상처가 눈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 피해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다. 그 결과 피해자들은
정신적 폭력으로 받는 괴로움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온전히 혼자서 감당하려고 강요받는 형국이
되어 버렸고 이에 대한 정확한 수치나 자료도 없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정신적 폭력'이라는 주제는
대부분 충격적인 사건 뒤에 피해자가 겪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중점을 두어 다뤄왔지만 이는
사회 저번에 깔려있는 업신여김과 무시, 굴욕감, 모욕 또는 무관심이 주요 요인인 감정폭력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접근 방법도 다르다. 저자는 우리가 피해자가 된적도 가해자가 된적도 있는
일상 속의 '감정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체적 고통이든, 정신적 고통이든 상관없이 모든 고통은 아프다. 그리고 주관적이다. 각자는 자신이
겪는 고통이 가장 크고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크기를 측정할 도구가 아직 없기에 우리는
각자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가장 크고 힘들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특히나
의존적 관계이거나 권력이 불평등한 상하관계에서 더욱 쉽게 발생하는 이 문제는 피해자의 신체는
물론 영혼까지 병들게 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감정 폭력'의 예로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무시와 무관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애정 폭력, 어느샌가 다가와 나의 에너지를 갉아 먹는 에너지 뱀파이어, 피해자의 실수를
빌미로한 반복적인 괴롭힘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만드는 가스라이팅, 상상력 만으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드는데 '에너지 뱀파이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 온다.
인생에 무슨 비상상황이 그렇게 많은지 이들은 매번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상황에 놓이고 궁지에 몰리고
언제나 뭔가 문제를 달고 사는데 정작 본인은 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고 항상 다른 사람에게서
해결책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이런 사람을 만나고 나면 온 몸에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 든다. 누구나
힘든 시기에는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고 안식을 찾는다.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매달리고 답변을 요구하는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서로 주고 받는 상호작용이라는 균형을
깨뜨리며 상대방을 지치게 만드는 '뱀파이어'들이다. 물론 인간관계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지는 않는다.
분명 어느 한 쪽이 기울어지고 치우치기 마련이다. 그 불균형을 균형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좋은
인간관계이며 '감정폭력'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좋은 출구가 된다.
사회는 점점 각박해지고 희생과 강요가 넘쳐 난다. 요구사항이 모순되면서 강박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중간 노선을 찾기도 어렵다. 그런데 다행할 이리저리 차이고 휘둘린 현대인들을 위한 출구가 아직
존재한다. 많은 학자들이 '신뢰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뿐 아니라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사건이나
갈등상황을 잘 해결한 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부정적인 상황에서 강화된 인격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종종있지만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감정 폭력에 면역은 없다. 조금 아주 조금 더 버틸(사실 이게 더
아프다)뿐이지 결코 면역 되지는 않는다. 결국 스스로 버텨내야 하는 것이다. 연구 중이라는
'옥시토신(Oxytocin) 스프레이가 상용화되어 나쁜 기억들이 대해 '맨인 블랙'에 나오는 장치처럼
제거 시켜 주는 날이 오면 좋겠다.
내가 피해자일수도 혹 가해자일수도 있는 '감정폭력'은 그 피해를 놓고 본다면 저자의 말처럼 '심리적
테러'와도 같다. 본인이 가진 내면의 힘과, 다양한 대처 방법, 안정적인 주변 사람들의 도움, 힘이 되는
응원이 정서적 폭력을 이기는데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어쩌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숙제이기도 한 '감정폭력'은 마오리 부족의 치료사가 내 놓은 처방인 caring, sharing, loving 즉 돌보기,
나누기, 사랑하기가 그 해답인것 같다.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상처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