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사회는 치유와 변화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초점은 확대되어 '개성'이라는
차이를 발견하게 되고 틀림이 아닌 다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나 세상은 여전히 틀림이다.
한 사람의 개인사와 대중의 신화를 이루는 역사의 씨실과 날실들이 한데 엮이면서 개성(individual
character)이 만들어 진다.
이 책의 원제는 '새턴의 그림자 아래서'(Under saturn's shadow)인대 남성이 언제나 이데올로기의
그림자 아래서 난항을 겪고 고통을 받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새턴은 로마신화에서는 사투르누스
(Saturnus) 즉 농업의 신으로 불리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하늘의 남신 우라노스(Uranus)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 사이에서 태어난 크로노스(Cronus)를 의미한다. 새턴의 그림자는 타락한 권력에
고통받고 두려움에 쫓기며 자신도 모자라 타인까지 상처입히면서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남성들이
겪고 있는 어두움을 상징한다.
인간의 삶은 온전하고 건강한 싹을 지닌 자유인으로 태어나며 시작하지만 이내 이 자연스러운 본성과
멀어져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가 요구하는 바에 일정부분을 자신을 맞추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며
희생을 강요 받고 억압을 요구당한다. 이러는 와중에 남성의 대부분은 '기대를 충족 시켜야 한다는
공포'를 경험한다. 새턴의 그림자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 공포는 경쟁, 승자패자구도, 생산성을
척도로 삼고 일정 기준에 도달할것을 강요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탈락하거나
힘겨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성들은 이 공포에 대해 비웃음을 당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공유하지
않고 혼자 외로운 사투를 벌인다. 그 사투는 대부분 보상심리로 이어져 본질이 아닌 다른 것에서
위안을 삼으려 한다. 큰 차, 큰 권력, 큰 집 혹은 성적(sexual)인 무엇으로.
저자는 '새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치유에 이르는 일곱가지 방법을 내어 놓는데 나의 눈을 사로 잡는 건
두번째인 '비밀을 털어 놓아라'이다. 남자이지만 남자인것이 지긋지긋할 때도 있고, 남성이라는 역할에
환멸과 거부감을 가질 때도 있다. 철학자 핸리 데이비드 소로(Hanny David Thoreau)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부분 남성들은 '조용한 절망의 삶'(lives of quiet desperation)을 살고 있다. 두려움과 부정이라는 사악한
영혼을 감추고 숨기기 위해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행동을 해 보지만 내면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혼란스럽다.
이것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방법은 영혼의 진실을 스스로에게 밝히는 것이며 그 진실에 따른 삶을 사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인생에서 겪는 최고의 시험이라고 말하지만 이를 극복한다면 더 이상 남자라는게
지긋지긋한 삶은 살지 않게 될것이다. 우리의 삶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으며 무의식중에 내렸던
선택으로 더 큰 자기소외의 미궁 속으로 빠졌다. 이 사실을 인지 한다면 늪과도 같은 그 상황에서
나와야 하며 여기에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책은 드물게 보는 '남성해방운동'의 전조와도 같은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엇나가는
부분이나 설득력과 논리적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도 발견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참 자유를 이야기하고
억압받고 상처 받는 남성들의 치유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