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덩이와 별배고둥의 초기화폐에서 비트 코인에 이르기까지 수천년에 이르는 세계의 역사 속
중요한 시점마다 묘하게 화폐들의 변화와 자본의 이동이 따라온다. 그러는 와중 통화는 교환의
수단이 아닌 투자의 수단으로 더욱 더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고 현대 사회에서 통화는 최강의
무기로 자리한다.
최초의 화폐 개념으로 은덩이가 사용됐다는점은 사실 의외다. 누가보아도 금이 더 가치를 가지고
좋아 보이는데 태양신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이 금으로 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파라오의 등장으로
금을 독점하게 되고 권위와 종교성을 상징하는 제화로 머물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런저런 이유와
더불어 금속을 뜻하는 메탈(metal)이 그리스어 메탈론(metallon)에서 파생된 단어인데 본래 달을
의미했고 사람들은 금속 중에서 달과 가장 가깝게 여겼기에 자연에서 채굴되는 양이 적고 번거로운
재련과정을 거쳐야 하는 점이 상인들이 은덩이를 비싼값에 팔아 넘기는데 유리해지므로 이를 화폐로
사용하게 된다. 처음엔 주머니에 달아 무게로 거래하던 은이 '세겔'(당시 노동자의 한달 임금)이라는
단위가 등장하며 점차 거래가 확대되었고 세겔의 50배애 해당하는 '므나'가 등장하게 된다. 세겔이라는
화폐 단위는 아직도 이스라엘에서 사용되고 있다.
신대륙의 은 감소와 이상기후에 따른 흉작으로 침체기에 빠지고, 종교 대립에 의한 오랜 내전으로
혼란을 겪는 유럽은 말 그대로 '17세기의 위기' 시대를 보내게 된다. 이 시기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네덜란드는 프로테스탄트들의 일치단결로 카톨릭 종주국인 스페인과 80년 간의 전쟁을 벌이게 되는데
이것을 '네덜란드 독립 전쟁'이라고 부른다. 네덜란드는 전쟁을 치르면서 유럽의 해운을 지배했고
인도양과 대서양까지 진출하여 세계무역의 절반을 지배하는 해양강국이 되었다. 이 시기 네덜란드의
선박 수는 1만 6천척, 선원은 16만 3천명에 달했고 이는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독일의 선박을 합친 것
보다 많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네덜란드의 조선업이 발달하게 된 배경에 '청어'가 있었다.
겨울에 먹는 생선인 몸길이 30cm 정도되는 청어의 어장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북해로 이동한 까닭에
북해에 연한 네덜란드가 수요가 많은 청어를 독식하게 되었고 배 위에서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과 식초에
절여 가공한 청어를 수출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외에도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 회사
(vereenigde Oost-indische Compagnie)의 고배당 전략등으로 막대한 부를 소유하게된 네덜란드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무역국가가 된다. 그러나 '넘쳐나는 돈'은 늘 '버블'을 만드는 세계 경제의 진리는
어김없이 적용된다. '궁정의 꽃'으로 각광받던 튤립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돈들이 몰려 들게 되고 이는
버블로 이어져 결국 만성 디프레이션에 빠지게 되고 이 '자본'이라는 눈덩이는 영국으로 이동하게 된다.
미국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에 의해 단행된 '미합중국 제2은행 폐지'는 이후 70년간 미국 중앙 은행
부재 사태를 야기했고 이는 1600개가 넘는 소규모 은행의 난립과 발행지폐 7000여종, 위조지폐 5000여종에
이르는 일대 혼란을 가져오게 되며 훗날 미국이 카드 사회로 변신하는데 일조하게 된다.
'자본'의 이동에 따라 권력과 국력도 이동한다. 영국으로 넘어간 자본의 물결은 영국 화폐 '파운드'가
세계 경제 통용 화폐로 사용되게 하나 이 역시도 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의 '달러'에 밀려 나게 된다.
역사 변동의 토대는 '통화'와 '경제'이며 역사는 화폐가 지배한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비트코인 역시 이 범주에 속하며 아직까지 통화로써 가치를 부여 받지는 못했지만 향후 어떠한 변화와
혁신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