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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 친구 되기 - 좋은 삶을 위한 내밀한 사귐
클레멘스 제드마크 지음, 전진만 옮김 / 책세상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히틀러 암살 모의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사형 당하는 알프레드 델프 신부와 반역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본 회퍼, 두 사람에겐 죽음의 문턱이라는 공간적 유사점과 그 순간 타인을 위해
복을 빌어 주었다는 행위적 공통점이 존재한다. 환경의 동물인 사람이 자신이 처한 극한의 상황
앞에서 자신이 아니 타인의 복을 빌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이며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과 함께 여행 하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아도 무방할 이 책은 낯섬에 마주하는 설레임과 동시에 지혜의 깊은 우물에서 건져낸 통찰을
우리에게 준다.
공정함 혹은 공평함 이라는 개념은 '왜곡되지 않은, 분명함, 방해 받지 않는, 정당한' 등으로 대체
될 수 있는데 공정함이 견고하게 작용되기 위해서는 양자에게 동등한 대우가 전제되어야하나 현실은
온통 불공정과 불공평 뿐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신약성경에 나오는 '포도원 농부의 품삯'이야기를
예로 들어 공평함에 대해 설명한다. 포도원 주인은 각각의 일꾼들에게 하루치의 임금을 주기로
약속하고 각기 다른 시간에 일꾼을 불러 일을 시키고 일을 마친 후 약속한 임금을 지급한다. 이에
처음부터 와서 일하던 일꾼이 자신이 노동시간이 가장 길었음을 이유로 반발을 하자 이렇게 말한다.
'너와 약속한 품삯을 주지 않았느냐' 그렇다. 포도원 주인은 각각의 일꾼들에게 하루치의 품삯을
주기로 약속을 하고 데려와 일을 시켰다. 그리고 하루치의 품삯을 지급했다. 이것이 '공평함' 이다.
모두가 동일하고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 정해진 것, 약속되어진 것, 서로 지켜야 하는 것을
지키는 것이 공정함이고 공평함이다. 저자는 이를 신비(인간이 알 수 없는 이상의 것)라고 표현한다.
'삶을 살다'
이 문장 앞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삶을 살다. 누구나 살아간다.그럼에도 삶을 산다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힘겨운 여행이다. 더구나 그 삶을 잘 산다는 것은 이미 제목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삶은 수없이 많은 시간의 점들이 모여 생명을 점유해 가는 일련의 과정이고 우리는 기회 또는 특별한
시간을 의미하는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을 살아간다.
삶이란 본래 계획한 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고 흘러간다. 비록 실현 가능한 인생계획(Lebensplan)을
세우지만 인생은 그 계획에 못미치고 빗나가고 벗어나기 일쑤다. 영화 기생충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계획을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되거든, 인생이. 애초부터 아무 계획도 없으니까 어떤일이
벌어져도 상관없는 것이야' 처럼 이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인생계획은 현실이다. 현실은
그 안에서 살아내는 것이고 그것을 살아내는 것이기에 누구도 타인의 인생을 판단할 자격이 없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을 산다. 그러면서 타인의 삶에 무엇인가를 각인시키고 동시에 타인은 우리의
삶에 무언가 새겨 넣는다. 누구도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 수 없고 혼자 살수도 없다. 외부에서 볼때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해도 한 인간의 삶이 타인의 삶에 각인 시키는 역동성은 모든 인생에 작용한다.
나 자신을 위한 사용설명서를 작성하고 그대로 살아내는 것도 괜찮은 삶일것 같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더 많이 알아가고 자신을 더 깊게 생각하고 결국 자신과 사귀게 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또다른 나와 만나게 된다. '내면의 것'으로 풍부한 그 공간에서 또 다른 나와 떠나게 되는
'행복여행'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