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지음, 조은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세상에 가짜가 판을 치고 존재하는 것은 어딘가에 진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태어난지

3주된 염소의 부랄 두쪽을 사람의 고환에 집어 넣어 왕성한 성욕을 찾게 한다는 말도 안되는

야기로 시작한 책은 뛰어난 창의력과 섬뜩이는 통찰력으로 끝을 모르게 치닫는다. 공식적으로

죽은 사람만 42, 밝혀지지 않은 숫자는 가늠하기도 어려운 희대의 살인 사건이고 사기 행각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대단하다'이다. 집요하게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며 다가오는 그를

감당하기에 사람들은 너무 약하다. 실험실의 쥐를 다루듯 자신에게 포획된 제물(?)들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하는 그의 엽기적인 행각은 이쯤되면 광기라기 보다는 예술에 가깝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욕망은 동일하다. 정력이 강해져서 활발하고 힘찬 성생활을 평생하길 소망하는

남자들이나, 젊고 예뻐보이기 위해 무슨짓이든 하는 여자들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별반 다르지 않고

모두가 그의 친절한 먹잇감이고 포획거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건강 문제에

더욱 집착하며 그중에서도 소위 지식인이라 불리는 계층이 가장 취약했다. 작은 물건 하나를 사면서도

신중한 그들이지만 유독 '건강'이라는 문제 앞에서는 분별력을 잃고 파국으로 달려간다.


그의 야망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처음 사기의료행위를 시작한 이후 라디오 방송국 송전탑을 세우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의학적 조언을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사람들의 맹목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주지사에

출마하기도 하는데 놀랍게도 그를 지지한 이들 중에는 개신교 목사도 있었다니 그가 얼마나 치밀하고

명석한 사기꾼이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있다. 


그는 지속적으로 '' 초점을 맞췄고 군중과 개인의 심리를 지배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특별한 재능을 지녔으며 남자와 페니스의 관계가 남녀관계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는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주당 평균 14000달러( 시세로 치면 연간 대략 640만불 이상)라는 당시 의사들의 수입의

몇십배가 넘는 막대한 부를 거둬 들인다. 


책을 세밀하게 읽다보면 브링클리에게 화가 나기 보다 무지하고 욕심으로 가득찬 허영 덩어리 인간들에게 

분노를 느낀다. '무지한 백성이 나라를 망친다' 처럼 그들의 허영과 욕심과 무지가 브링클리를

만들어 냈고 강력한 그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곁에도 수없이 많은 브링클리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정치가로 권력자로 의사로 선생으로 종교인으로 혹은 선량한 시민으로 위장하고

호시탐탐 먹잇감을 찾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100여년전의 허술함이 아닌 정교하고 조직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무지와 욕심의 허점을 파고 든다. 


책을 읽으며 몇번이고 길을 잃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그만큼 정확한 진술을 하기

위해서인지 많은 등장 인물들과 사건들로 혼란스러웠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기적에 대한 갈망' 인간을 잠재적 욕망 덩어리로 만들었고 여전히 우린 그것들에

어텐션(attention)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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