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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이 뒤바꾼 자폐의 삶
존 엘더 로비슨 지음, 이현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8월
평점 :
'자폐증'(Autism)
사회기술, 언어, 의사소통 발달등에 있어서 지연되거나 또는 비정상적인 기능을 보이는 발달 장애를
일컫는 말로 3세 이전부터 언어표현, 이해, 사람들과의 놀이 등에 관심이 저조해지고 상동증(반복행동),
인지발달 저하 등이 함께 나타나는 발달상의 장애이며 일반적으로 '발달장애'라고 부른다.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
언어 발달 지연과 사회 적응의 발달이 지연되는 특징을 가지며 이 병증을 가진 이들은 다른 사람의
느낌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집이 비정상적으로 세고, 의사 소통을 잘하지 못하고, 사회적 신호에도
무감각하며, 특별히 관심있는 것에만 강박적으로 빠져드는 경향을 보인다. 발병률은 인구 만 명당
10명 정도이며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영향을 미친다. 환자의 상당수가 출생전후에 대뇌 손상을
일으키는 산소결핍과 관련이 있으나 그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 저자가 앓고 있던 질병을 지칭하는
단어로 이 두 단어의 의미를 알아야만 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에 먼저 적어 본다.
자폐를 가진 이들은 대체적으로 사회 부적응이나 인지 발달 부조화등으로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데 비해 저자는 자동차 전문가, 사진작가, 음향 엔지니어, 강연가로 활동하기도 하며 결혼을
세번이나 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날 마음 스위치가 켜졌다'는 저자의 말처럼 TMS(Transcranial Magnatic Simulation, 경두개
자기자극술-자기 에너지를 이용하여 뇌내의 신경세포를 비침습적으로 자극하는 방법)라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만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신의 인생을 180도 바꾸게 된다.
저자는 마흔에 자폐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 중 일부는 그 병으로 인해 지하실이나 다락에
얹혀 살아야했고 아버지 역시 아스퍼거의 특징을 보였다고 하며 연구자들이 자신의 가족을 '자폐군'
(autism cluster)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인척 중에 같은 증세의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미적분을 창시한 아이작 뉴턴의 경우도 태도적인 면에서 자폐의 증상이 엿보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TMS의 치료과정을 통해 세상을 떠다니는 대부분의 감정은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깊은 감정적 통찰력을 갖고 대중을 바라보면 탐욕, 욕망, 분노, 불안이 보이고 그로부터 비롯된 '긴장'을
잠시나마 풀어주는게 순간의 사랑이나 행복 정도라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전혀 발견하지
못하던 사안들을 읽어내기 시작한다. 말이나 행동 이면에 감춰놓은 숨겨진 진실들이 보여지며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그는 이제 대응(?)을 한다.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버티던 것에서 정확한 사실을 가지고
반박을 히며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당당함을 보인다. 그런 그의 말 중에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다.
'고객들이 우리를 발판 처럼 취급하게 놔두면 되겠어요?'

전작인 '나를 똑바로 봐'가 자신을 똑바로 이해해 달라는 세상을 향한 외침이며, 나아가 자신이 누구인지
똑바로 보라는 세상 사람들을 향한 권유와 충고였다면 이 책은 그런 장애를 딛고 일어나 세상과 마주하는
저자의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이 직접 겪고 느낀 점을 가감없이 진솔하게 말하면서 자폐를 가진
이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부모와 가족들에게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 가능성은 작은 불씨가 되고
힘이 되는데 자신이 치료의 대상이었기에 그의 진술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투약 치료 보다 훨씬 안전하며, 에너지 치료이기에 몸 안에 어떠한 화학 성분도 남지 않아서 부작용의 염
려도 없고, 우울증 치료에 꾸준히 인정을 받고 있지만 아쉽게도 TMS는 FDA의 승인을 받거나 동료심사
(peer review)를 통과하지 못해 광범위한 사용이 허용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의학은 인간의 병든 곳을 치료하고 부러진 곳을 고쳐서 건강을 찾게 했지만 이제는 단순히 가능하게
하는 차원을 넘어서 뛰어나게 개선시키는게 목표가 되었다.
이 책은 의학 서적 같은 느낌이다. 빈번하게 나오는 의학 용어와 정보들 그리고 깊이 있는 해석들은
흡사 '자폐'에 관한 의학 저널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며 저자의 높은 식견은 고등학교 중퇴의
자폐를 가진 사람이라는 편견을 부수기에 충분했다. 문외한에 가까운 '뇌 과학'이라는 분야에 아주
살짝이라고 발을 담갔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이 책의 내용은 상세하다. 부디 저자의 바램대로 더 많은
이들이 '개선'의 기쁨을 누리는 그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