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떡볶이
이민희 지음 / 산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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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것을 먹는 나도 떡볶이를 좋아한다. 하굣길 시장 어귀에서 파는 떡볶이와

호떡을 먹기 위해 어머니에게 문제집을 산다고 거짓말을 했던 적도 있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배터지도록 먹기위해 돈을 모았던 적도 있을만큼 떡볶이를 좋아 했다. 그러다

서울로 전학을 오면서 신세계를 발견했다. 늘상 가늘고 길쭉한 밀떡으로 만든 시장표

떡볶이만 보고 자란 나에게 연세로에서 만난 두툼한 가래떡을 썰어 만든 떡볶이는

새로운 문물이고 충격이었지만 아쉽게도 여전히 밀떡이 좋다. 밀떡에서 나는 밀가루

냄새도 좋고, 굵지 않아 잘게 씹히는 식감도 좋고, 뭐니뭐니해도 밀떡에 배어 있는 고추장

맛이 좋다. 하지만 나이에 따라 입맛도 변하는지 점점 먹는 횟수가 줄어 든다. 


저자도 그랬던 같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그때의 추억을 기억하며 열명의 떡볶이

요리사와 열개의 추억을 만들어 낸다. 공통점이 많다. 소중한 것은 원래 나중에 먹는거야라고

하면서 계란을 마지막에 먹는 친구나, 먹는 떡볶이 보다 맛있게 만들 자신이 없기에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을 포기하는  친구와 '경민분식'인지 '보람분식'인지 이름도 모호한

'교회 집사님'분식집에서의 추억도 비슷하다. 


'천당' '지옥' 경험하는 손수 떡볶이는 언제나 설레고 기대되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래서 '그냥 사먹을 '하는 아쉬움을 드러낸 적이 두번에 아니다. 처음 만들어 보는

떡볶이이기에 설래는 한편 두려움에 쌓인 친구는 힘든 날이면 떡볶이를 떠올리는 마니아이지만

직접 만들어 본적이 없기에 유명하다는 레시피를 동원해 보지만 이러저러한 기본 준비가

쉽지 않아 결국 자신만의 방식을 택하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여자친구에게 떡볶이를 만들어

주겠다고 집에 초대해서는 제대로 만들 몰라 정신없이 헤매다 결국 밖에 나가서 사먹었던

나보다는 그래도 조금 낫다. 결국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저자의 말은 좋다.

'내가 먹으면 된다'


반가운 인물을 만났다. 언젠가 리뷰를 썼던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도서관 사서 실무' 작가

강민선이다. 처음 책을 읽었을 쉽게 쓴다고 생각했던 작가인데 저자의 지인으로

' 갚은 떡볶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흥미로웠다. 다른 책으로 만난 작가를 새로운 책의

챕터의 주인공으로 만나게 되니 반가웠다. 어린 시절 너무 먹고 싶은 떡볶이를 외상으로

사먹는 당돌함과 내심 마음 아파하는 여린 마음은 이미 그의 책을 통해 느꼈던 감정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자신의 집에서 떡볶이를 하지 못하기에 저자의 주방을 빌려야 하는 그는

물이랑 가스만 쓰고 간다. 칼질이 필요한 모든 재료는 썰어 왔고 냄비까지 가져와 떡볶이를

만들어 설거지까지 마치고 가져 것을 그대로 가져가는 강민선은 내가 그의 책을 읽으며

느꼈던 모습 그대로이다. 그리고 그가 기억하는 일회용 비닐을 씌운 초록색 멜라민 접시는

나의 기억에도 존재한다.

 

책은 순수하게 떡볶이 책이다. 저자의 떡볶이에서 시작해서 다른 사람의 떡볶이와 인생이 담긴

그런 책이다. 각자의 인생이 다르듯이 각자가 추구하는 맛과 사연도 다르다. 이렇듯 우리 삶은

다름의 연속이다. 열명에게서 느껴지고 보여진 열가지의 떡볶이 처럼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

들이는 가운데 우리네 삶은 더욱 풍성해 질것이다. 잠시 동안 기억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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