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자의 인문여행

지리학자의 인문 여행
이영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6월

'집나가면 개고생'이라고 하지만 어느덧 하도 같은 것이 없는 다양한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서 다름을 확인하는 행복한 작업을 하는 저자가 부럽다. 다름의 고귀한 가치와 더불어

결국 모두 다 같은 존재임을 깨닫는 여행, 그래서 따로 또 같이 사는 이 세상을 아름답게

실천해 가는 여행, 아마도 이것이 여행의 참 맛일 것이다. 

인간의 삶은 항상 장소를 취하는 여정 속에서 이루어지기에 '삶은 여행'이라고 말한다.

'장소'라는 개념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그 중요성을 별로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인간에게 있어 장소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의 마음 속과 머리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제 각각의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이를 '심상지도(mental map)'라고 하고 이 지도는

각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 된다. 심상지도는 교육과 여행등 개인의 경험을 통해 점점

더 정교하게 수정되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의 지리적 상상력은 풍부해진다. 지리적

상상력은 인간의 삶을 둘러싼 시공간을 가상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으로 '장소를 취하는

경험으로서의 여행'이 바로 지리적 상상력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여행의 맛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데 있다. 새로움은 늘 기대되지만 그 기대가 늘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아쉬움에 '지리와 인문학'이라는 특별한 도구를 제시하며

자신이 설계한 행복한 여행으로 초대한다. 책 중에 소개되는 '오로라'를 만나는 여러가지

방법은 말 그대로 '알고 떠나면 여행이 인생이 즐겁다'를 충족 시킨다. 만약 아무런 자식도 없이

오로라를 보려 한다면 영원히 떠오르지 않을 오로라를 기다리다 망부석이 될 수도 있고 가장

행복해야할 여행의 순간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 될 수도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동안 얼마나 무지한 여행을 했는지 느끼는 시간이다. 여행은 세상을 알아가는 시간이기에

여행을 통해 삶의 경험과 지식은 더 풍부해진다. 

여행을 하다보면 '마음의 경계'를 느낀다. 저자가 북한의 두만강을 불과 수십미터 앞에 두고

느꼈고, 공항의 출국장에서 느꼈던 그 경계를 우리도 느낀다.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이 그렇고,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이 펼쳐지는 그곳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이 그렇고, 삶의 여정으로

구성되는 인생의 여정 속에서 다가오는 감정이 그렇다. 이렇듯 삶의 여정은 시각적인 흐름과

공간이 만나는 여행이다. 그래서 삶은 여행이고 여행은 삶인 것이다. 이 여행의 주인공은 분명

나이지만 세상 속에서 또다른 '나'들과 어우러져 가는 여정이 삶이다. 우리는 그런 삶을 통해

각자의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은 '더미 북'답게 중간에서 끊겼다. 5월말에 출간 되었다고 하니 나머지 부분의 궁금함은

사서 읽어 보는것으로 해결해야겠다.